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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러운 그녀는 나비 모양, 향수 어린 그 남자는 원형으로

요즘 아이웨어 모양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나뉜다. 언뜻 보면 나비인 듯, 고양이 눈을 닮은 듯한 모양의 안경테(사진1~3), 제각각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는 것(사진4~8), 복고풍으로 동그란 모양을 기본으로 한 디자인(사진9~12), 거울처럼 반사효과가 강한 선글라스(사진13·14) 등이다. 촬영 협조=이수진·이석찬(모델·케이플러스), 알랭미끌리, 아프리카, 토니세임 by 비에스타인터내셔널, 토니스캇, 제인송X젠틀몬스터, 안토니모라토, 트리티, 스와로브스키·앵글로마니아·지방시 by 다 F&S, 베리스·그레이안트·카렌워커 by 옵티칼W, 3.1필립림 by 한독, 알렉산더매퀸·펜디·디올 by 사필로, 실루엣 by 디캐이(안경·선글라스), 온앤온·스톤헨지·바나나리퍼블릭·주크·타스타스·SJSJ·스와로브스키·시스템옴므·TNGT·아르마니익스체인지·제라드다렐·프론트로우 by W컨셉(의상·액세서리)

안경·선글라스를 통틀어 영어로는 ‘아이웨어’(eyewear)라 한다. 눈에 쓰는 모든 걸 말한다. 아이웨어는 요즘 멋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 필수품이 됐다. 라식·라섹 등 시력 교정술이 대중화하면서다. 아이웨어가 주로 시력 교정 도구 역할만 할 때는 시력에 맞는 렌즈의 두께 등이 멋진 디자인을 제약하기도 했다.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해서 요새 아이웨어는 눈에 걸치는 장신구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요즘 아이웨어에 대해 알아봤다.

① 안경알이 거울처럼 비치는 선글라스가 유행이다. 은빛 렌즈가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푸른빛, ② 붉은빛 등 거울형 렌즈 색상도 다양해졌다. 흔히 ‘뿔테’로 불리는 아세테이트 소재는 꾸준히 인기다. ③ 올해의 변화는 아세테이트와 금속 소재를 함께 쓰거나 ④ 단일 색상 아세테이트 말고 다른 색을 혼합한 것 등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대중 액세서리가 된 아이웨어

서울 동대문구 평화시장엔 도매 가격으로 몇천 원짜리 안경이 즐비하다. 온라인 쇼핑에서 2만~3만원대에 팔리는 것들이다.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소재에 색깔도 알록달록한 게 종류만도 수십 가지다. 지난 주말 오후 이곳에선 중·고생들이 몰려다니며 물건을 구경하고 있었다. 중학생 이지수(15)군은 “시력이 좋아 안경은 필요 없다. 주변에 안경을 멋으로 쓴 친구들 많다. 시력이 좋아도 모양이 독특한 안경을 가끔 멋으로 쓴다.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재밌다. 그렇게 마련한 안경이 4개”라고 말했다. 중·고생은 물론이고 20·30대 직장인들도 안경을 찾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최근 30만원대 안경테를 새로 구입한 정주연(31)씨는 “아침에 시간에 쫓기다 눈 화장을 공들여 하기 힘들 때 안경을 써서 살짝 가리고 출근도 한다. 아주 가끔은 기분 전환용으로 안경을 쓰고 멋을 낸다”고도 했다.

안경이 멋 내기 소품이 된 데는 알 없는 안경을 쓰고 TV에 출연한 연예인 역할이 컸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은 촬영용 조명으로 인한 반사를 막으려고 일부러 렌즈를 뺀다. 그러고선 ‘알이 없는 모양내기용’이라고 떳떳하게 밝힐 정도로 안경을 장신구로 활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멋 내기로 안경을 고려하는 사람이 대중화했을 뿐 아니라 시력 교정용 안경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2012년 건양대의대 안과병원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수록 안경 착용 비율이 높았다. 5학년은 50% 이상, 6학년에 올라가면 70% 가까운 비율로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안경을 쓴 초등생의 현재 숫자 그대로 성인 비율을 적용하면 시력 교정 안경을 쓰는 사람이 성인 10명 중 7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키요야마토·발망 등 브랜드를 들여오는 디캐이 마케팅팀 조보미 주임은 “현재 한국 아이웨어 시장엔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한 아웃도어 의류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동산 뒷산에 갈 때도 히말라야 등정급 장비를 갖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 선글라스에 투자하는 사람도 전보다 많이 늘었다”는 게 그 이유다. 토니세임·마사다·스탁아이즈 등을 수입하는 비에스타인터내셔널 조진희 홍보마케팅팀장은 “선글라스만 놓고 보면 몇 년 새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전엔 해변 휴가용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은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사계절 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요즘 아이웨어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액세서리가 된 것이다.

이런 동향은 해외에서도 비슷한데, 미국에선 한발 앞선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외알 안경, ‘모노클’(monocle)이 패션 애호가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NYT는 “모노클을 한쪽 눈에 대고 있는 사람을 보면 탐정이 연상된다. 쉽지 않은 장신구이지만 이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선 아직 이런 유행까지 보이진 않지만 조만간 거리에서 외알 안경을 쓴 사람을 볼지도 모를 일이다.

고양이 눈을 닮은 안경테는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안경 브랜드 춘추전국 시대

“아이웨어가 대중화해 아이웨어 소비자가 늘었느냐, 그 반대냐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국내 아이웨어 시장이 춘추전국 시대라는 건 분명하다.” 30여 년간 아이웨어 사업을 해온 이동락 대일 인터디자인 회장의 말이다. 그는 프랑스 유명 안경 브랜드 ‘알랭미끌리’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1세대 아이웨어 사업가다.

이 회장의 설명처럼 국내 아이웨어 시장이 춘추전국·백가쟁명 시대를 맞았다는 데에는 업계 다른 관계자들도 동의했다. 비비안웨스트우드·지방시 등 브랜드 아이웨어를 수입하는 다리F&S 최형욱 마케팅홍보팀 과장은 “한국 아이웨어 시장은 현재 포화 상태다.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부터 아이웨어 전문 브랜드까지 모두 뛰어든 상황이다. 업체는 심한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 폭이 대단히 넓고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아이웨어 시장에 꾸준히 새로운 브랜드가 늘고 있는데 그만큼 소비자도 새로 생겨나서 그렇다”고 봤다. 조보미 주임은 “아이웨어 시장은 성장세다. 백화점에서 1년 내내 선글라스를 판매할 정도로 찾는 사람도 많고 파는 브랜드도 많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 아이웨어 시장에서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아이웨어는 브랜드 숫자로 따져 100개가 훌쩍 넘는다. 100여 개 브랜드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유명 브랜드·디자이너가 이름을 내건 아이웨어, 안경 전문 브랜드 아이웨어, 한국 업체만의 자체 개발 아이웨어 등이다. 룩소티카·사필로 등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거대 안경 제조업체가 첫 번째 케이스다. 향수처럼 ‘이름값’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게 선글라스·안경 등 품목이어서 이 분야는 10여 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브랜드가 늘고 있다. 아이웨어 수입·유통사인 사필로코리아 윤경원 대리는 “명품 브랜드 입문자용으로 아이웨어가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방·의류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안경 전문 브랜드는 5~6년 전부터 대중화했다. 알랭미끌리·토니세임·키요야마토·린다패로우 등이 예다. 아이웨어 디자이너로 이름 높은 사람이 전면에 나서고 이들이 기술을 집적한 소규모 아이웨어 제작 공방과 결합하거나 자체 제조시설을 갖춘 형태다. 아이웨어 초보자보단 고수들에게 인기가 많은 브랜드들로 가격도 꽤 비싼 편이다. 70만~80만원이 보통이고 100만원을 넘는 것도 많다.

‘춘추전국 한국 아이웨어’ 시장에 새로 등장한 건 한국 자체 브랜드다. 유명 스타일리스트·사진가 등이 제조업체와 손잡고 개발한 브랜드다. 여기에 수십 년간 한국 아이웨어 시장의 유통 경험을 살려 새 브랜드를 내기도 한다. 최근 첫 신제품을 소개한 아이웨어 브랜드 ‘아프리카’는 이태환 대표가 개발했다. “오래도록 아이웨어 사업을 해 보니 이제 한국에서도 가능성이 보였다”는 이 대표는 “유명 브랜드라 해서 무조건 찾던 시대를 지나 개성 있는 안경 전문 브랜드까지 맛 본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나만의 아이웨어를 합리적 가격으로 찾기엔 브랜드가 부족하다”며 새 브랜드 출시 이유를 밝혔다. ‘아프리카’는 한국인 얼굴형을 고려한 디자인을 크게 늘린 게 특징이다.

안경테 바깥 양쪽에 입체 조각처럼 보이는 장식을 달아 모양이 독특하다.
비슷한 소재, 다른 디자인

‘뿔테’라 불리는 아세테이트 소재 아이웨어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 유통되고 있는 아이웨어 중 절반 가까이 아세테이트 소재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흔히 ‘뿔테’라고 불리는 굵은 테 안경 소재가 대개 아세테이트다. 고급 아세테이트는 목화솜에서 뽑아낸 천연 수지로 돼 있다. 가공한 아세테이트 원료에 색을 넣고 칼국수 반죽하듯 색상을 섞을 수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매우 다양한 무늬를 띠는 각양각색 테를 만들 수 있는 게 아세테이트다. 조진희 팀장은 “한동안 물소 뿔이나 준보석 등 특수 소재를 사용하는 게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안경·선글라스를 통틀어 소재 대세는 여전히 아세테이트”라고 말했다. 그는 “아세테이트 자체 성능도 향상돼 더 얇게 가공할 수 있고, 더 많은 색상을 섞어 더 정교한 모양으로 성형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형욱 과장은 “아세테이트만 쓴 아이웨어 유행 다음 순서는 아세테이트+금속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아세테이트가 다소 따뜻한 느낌이라면 금속은 시원한 분위기가 난다. 둘을 조합한 요즘 유행은 전보다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고도 했다.

소재가 아세테이트에 다양함을 더하며 발전 중이라면 아이웨어 윤곽은 별나게 바뀌고 있다. 무난하게 눈 주위를 감싸듯 둥근 반원형, 모서리를 둥글린 사각형은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디자인이다. 안경점의 품목 구성을 살펴보면 이런 모양 비중이 여전히 제일 크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새로운 윤곽 디자인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이웨어 유통 업체들이 공통으로 꼽은 새 디자인은 고양이 눈을 닮은 안경테다. 언뜻 나비 모양으로 불러도 좋을 디자인이다. 안경테를 눈으로 친다면 눈초리 쪽이 위쪽으로 급하게 경사져 올라간 모양이다. 또 하나 주의 깊게 살펴볼 아이웨어 디자인은 원형이다. 마치 20세기 초 한국에 안경이 처음 도입됐을 때와 흡사해 보이는 향수 어린 디자인이다. 최근 문화 전반에 불고 있는 복고, 즉 ‘레트로’ 경향과도 맞아떨어져 소비자 눈에 들고 있다고 한다.

햇살이 강해질수록 관심이 커지는 선글라스에선 ‘거울형 렌즈’에 주목해야 유행을 따라잡을 수 있다. 조보미 주임은 “올해 가장 주목할 소재가 거울형 렌즈”라며 “렌즈 색상이 기본적인 은색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금색이나 빨강·파랑 등으로 다양하게 나온다”고 밝혔다. 스키장용으로 많이 쓰던 게 거울형 렌즈이지만 올해는 봄·가을 야외활동이나 여름 해변에서도 이런 선글라스가 자주 보일 전망이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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