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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결심 뒤에는 권노갑의 한마디 "아이크·레이건도 공화당 들어가 대권"

정치 구력 50여 년의 정치 원로와 갓 정치에 입문한 초보 정치인의 만남-.

 요즘 야권에선 민주당 원로이자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84·왼쪽 사진) 고문과 안철수(52·오른쪽) 의원의 2월 13일 만남이 화제다. 당시만 해도 안 의원은 독자적인 제3신당 창당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만남 후 20일 만에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에 전격 합의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겸해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32년이라는 세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권 고문의 측근인 이훈평 전 의원은 17일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만난 건 이날이 처음”이라며 “저녁이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이날 권 고문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으로) 나뉘어 가면 여당만 유리해진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이어 “안 의원이 (민주당에) 들어와야 (대권의) 기회가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을 지낸 아이젠하워와 레이건의 사례를 들었다.

 ▶권 고문=“아이크(아이젠하워)도 레이건도 (기존 정당인 공화당에) 들어왔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총사령관을 맡았던 아이젠하워는 미국 공화당에 들어가 대선 후보가 됐고, 민주당원이던 레이건 역시 공화당에 들어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승부를 보며 대통령이 됐다. 미국도 인물을 끌어들여 정권을 잡지 않는가. 민주당과 합쳐야 안 의원에게 길이 있다.”

 ▶안 의원=“….”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즉답을 하지 않았지만 결국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극적으로 통합에 합의했다. 통합신당 창당 발표가 있었던 지난 2일 안 의원은 권 고문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고문님 말씀대로 결단을 내렸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권 고문 역시 이날 저녁 상임고문단 만찬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 의원이 통합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이끌어냈다. 박수로 환영해 주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주변에선 권 고문의 ‘아이젠하워론’이 안 의원의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대선 전이던 2012년 4월 안철수 캠프에선 ‘아이젠하워 모델’을 벤치마킹한 적이 있다. 당시 캠프 내에서는 ▶아이젠하워가 대중적 지지가 높았던 비정치인 출신이고 ▶출마 직전까지 어느 정파에도 치우치지 않았으며 ▶진영 논리 대신 유연한 사고로 사회통합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안 의원과 닮은 점이 있다고 봤다.

 권 고문은 안 의원에게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도 강조했다. 이어지는 대화.

 ▶권 고문=“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읽어보라. 여기에 정책을 어떻게 만들고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꼼꼼하게 담겨 있다.”

 ▶안 의원=“회고록을 다 읽었습니다.”

 이날 만남 후 권 고문은 주변에 “안 의원이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DJ의 정책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았다”며 흡족해했다고 이 전 의원이 전했다. 그러면서 “교수만 했다고 해서 정치를 알겠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만나보니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결단을 내리는 걸 보면 정치적인 마인드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안철수, 민주당 중진들과 회동=안 의원은 17일 민주당 중진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박병석(4선) 국회부의장과 문희상·이미경·이석현(5선)·김성곤·김영환·신기남(4선) 의원이 자리했다. 이들의 선수(選數)를 합치면 31선에 달한다.

 곧 창당될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덕담이 오갔다. 중진 의원들은 안 의원에게 “잘 오셨다.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안 의원은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화답했다. 안 의원은 “국회에 들어오니 의원들에 대해 신뢰가 가고 밖에서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다”며 “합당을 결정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 많은 얘기를 듣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은 앞으로도 민주당 의원들과의 오찬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통합 과정에 대한 얘기보다 신당이 추진해야 할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우·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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