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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우는 마약 자활단체 … 그들을 일으키는 건 일자리

신용원 목사(왼쪽에서 여섯째)가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회원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마약사범 출신인 신 목사는 2002년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마약치료 자활공동체를 구성했다. [김상선 기자]

“어, 제가 옛날 명함을 잘못 드렸네.”

 지난 1월 28일. 인천 만수동의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에서 만난 신용원(50) 목사는 방금 건넸던 명함을 황급히 수거했다. 신 목사가 처음 내민 명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약치료 자활공동체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마약 전력 알려지자 “계약 해지” “공장 빼라”

 하지만 그가 다시 건넨 새 명함에는 ‘마약’이란 문구가 없었다. 대신 ‘사단법인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신 목사는 “예전에는 순진하게 우리가 마약사범 출소자 출신이란 걸 당당히 밝혔는데 사람들 편견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처음에 ‘마약치료 자활공동체’란 단어는 무색무취한 ‘사단법인’으로 바뀌었다.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은 10년이 넘도록 사회적 편견과 싸우고 있다. 이 단체는 본인도 마약 사범 출신인 신 목사가 2002년 설립했다. 일반 직장으로 돌아가기 힘든 마약사범 출신들끼리 사업을 펼쳐 자립하자는 취지였다.

 설립 직후 신 목사 등 6명이 공동체에 모였다. 현재는 15명으로 회원이 늘었다. 이 가운데 4명은 다세대주택에 방을 얻어 함께 지낸다. 이들은 과거 구두 매장 점원 등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마약에 손을 대면서 인생이 추락했다.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고 나왔지만 사회는 이들을 외면했다. 대부분 이혼과 자살 충동 등으로 고통의 날들을 보냈다.

 신 목사가 창업을 제안했다. 2002년 처음 시작한 게 순대·떡 등을 제조·납품하는 사업이었다. 3년 만에 인천 남동공단에 떡 공장을 세울 정도로 매출이 늘었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은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지 못했다. 2003년 순대가게가 지역 케이블 방송에 맛집으로 소개되자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마약 하던 사람들이 만든 걸 어떻게 먹느냐”는 소리가 비수가 돼 꽂혔다. 신 목사는 “끼니를 굶는 가난은 버틸 만했지만 편견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떡 사업에 집중했지만 2009년 한 종합 일간지에 기사가 실리자 대기업 수퍼마켓에서는 곧바로 계약 해지를 통보해왔다. 2010년엔 신 목사의 차 안에서 명함을 발견한 건물주가 “혐오감을 조성한다”며 “당장 공장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 계약기간도 남아 있었지만 건물주는 법정 소송까지 냈다. 결국 2012년 12월 수차례의 부침을 겪은 공장은 문을 닫았다.

지자체 도움에 재기 … “사회가 적극 품어야”

 그러나 이들에게 다시 한번 재기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4 인천 아시안 게임 준비를 앞두고 사회적기업을 물색하던 인천시가 지난해 5월 구두 부스 교체 사업을 맡아 달라고 제안해 온 것이다. 청소년 쉼터 등을 상대로 10년간 ‘생명의 떡 나누기’ 사업을 벌이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해 온 점을 높게 샀다.

인천 시내 구두 부스 141곳을 돌며 교체를 설득한 교섭력에 공무원들도 혀를 내둘렀다. 이들은 현재 또 다른 약자들의 삶의 터전을 개선하면서 광고를 수주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신 목사는 “사람은 누구나 명품 같은 소중한 존재”라며 “명품에 하자가 생기면 고쳐 쓰는 것처럼 한 번 실패를 겪은 사람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우리가 함께 손을 내민다면 사회적 패자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정강현·민경원·이서준·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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