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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하듯 붙어보자" … 남·원·정 맥줏집 결의

새누리당 쇄신파의 대명사로 불리던 ‘남·원·정’ 이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 경기지사에 나란히 출마한 남경필(49·5선), 정병국(56·4선) 의원과 제주지사 선거에 뛰어든 원희룡(50·3선) 전 의원 얘기다. 이들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쇄신파라는 이름으로 한 배를 타고 왔다. 하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생명을 건 한판 승부를 겨루게 됐다. 특히 남 의원과 정 의원은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서로를 겨눠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16일 밤 서울 강남의 한 맥주집에서 이들의 조촐한 ‘선거 출정식’이 열렸다. 오후 9시40분 남 의원과 정 의원이 호프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원 전 의원은 두 시간여가 지난 후에야 합류했다. 평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났다는 이들이 선거 국면 들어 모인 건 처음이다. 맏형 격인 정 의원이 이날 자리를 마련했다. 근처에서 취재하던 기자를 발견하고는 “숨길 게 없다”며 동석을 제안했다.

 ▶남경필 의원=“이종격투기도 피 터지는 싸움이 끝나면 서로 즐겼다면서 포옹하잖아요.”

 ▶정병국 의원=“치열하게 싸워야지. 지금은 싸우기 전 출발선상에서 만난 거고….”

 ▶남 의원=“원안은 내가 원내대표였는데. (정 의원 향해) 형이 나중에 원내대표 하실 거니까….”

 ▶정 의원=“난 경기지사 준비가 잘돼 있고 넌(남 의원) 원내대표 준비가 잘돼 있는데 참….”

 이들은 당초 역할 분담이 돼 있었다. 남 의원은 원내대표, 정 의원은 경기지사, 원 전 의원은 제주지사에 나오는 그림이었다. 실제 정 의원에게 경기지사 출마를 권유한 건 남 의원이었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원 전 의원에겐 제주지사 출마를 권유했다. 하지만 계획은 틀어졌다. 남 의원은 맥주잔을 기울이며 “나도 (당을 위해) 등 떠밀려서 나온 거 알잖아. 원내대표 하고 싶었다니까. 형이 이해해”라고 했다.

 여의도에서 이들을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말로만 비판을 할 줄 알았지 자신을 희생했던 적이 있었느냐”며 “일부에선 쇄신 장사를 한다는 말도 한다”고 지적했다. 남·원·정도 이런 기류를 알고 있다. 이날 오후 11시가 넘어 합류한 원 전 의원은 “쇄신의 이름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선거로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다”며 “지금까진 말로만 변화를 외쳤다면 이젠 현실에서 변화를 실현할 때”라고 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원·정은 2000년 1월 결성된 ‘미래를 위한 청년 연대’(미래연대)의 원조 멤버다. 미래연대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386인사를 대거 영입하자 야당이던 이회창 총재가 ‘젊은피’(정치 신인)를 수혈하기 위해 맞불용으로 만든 조직이었다.

 이들은 ‘40대 기수론’ 을 내세웠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잘 냈다. 정 의원은 “65세 이상은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말라”고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동석한 기자가 “도지사가 돼서도 비판하고 쇄신만 할 건가”라고 묻자 “됐거든요?”(남 의원)란 답이 돌아왔다. 폭소가 터졌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강태화·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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