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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형편 어렵다며 12번 해외여행" 유씨 "세차로 돈 벌며 영국 어학연수"

2000년대 초 유우성씨가 재학 중이던 북한 경성의학전문학교 앞에서 의사 옷을 입고 찍은 사진(왼쪽)과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시 김일성 부인 김정숙 동상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오른쪽). 검찰은 유씨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이 사진들을 ‘북한에 드나든 증거’라며 1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유씨가 2012년 1월 중국 옌지(延吉)의 아버지 집에 있던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1심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사진은 본지가 유씨로부터 입수했다.

“화교 출신인 것을 속이고 탈북자 행세 한 것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겠다. 하지만 간첩은 절대 아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피해자이자 간첩 혐의 피고인인 유우성(34)씨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자신이 대북 송금(‘프로돈’) 브로커이며 북한과 중국의 이중스파이로 의심된다는 검찰 측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유씨의 일문일답에 검찰·국정원 측 입장을 대비해 보니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 대북 송금 브로커로 일한 게 맞나.

 “내가 한 것은 아니고 외가 쪽 친척 중에 이 일을 하는 분이 있어 소개해 준 것밖에 없다. 친척 부탁으로 통장 명의를 빌려 주긴 했고 그 친척이 이 통장을 이용해 환치기를 한 것 같다. 진짜 혐의가 있었다면 2010년에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했겠나.”

 (※검찰은 유씨가 2년여간 대북 송금 브로커로 일하며 북한의 아버지 등 가족들을 통해 총 26억원을 북한으로 송금했으며 이 중 30%가량을 수수료로 챙겼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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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가족이 송금 브로커 일로 돈을 벌었고 중국에 고급 아파트도 샀다던데.

 “아버지는 중국에서 생활용품을 떼서 북한에다 파는 일을 했다. 그때 기회가 있으면 한두 번씩 했던 것이지 전문적으로 한 게 아니다. 아버지가 북한을 나오면서 2012년 초 중국에 집을 사기는 했다. 고급인지는 모르나 그냥 살 만한 집을 샀다.”

 - 검찰은 이중스파이로 의심한다.

 “참, 말도 안 된다. 프로돈 사업을 한 적이 없다. 근거가 전혀 없는 얘기다.”

 -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가 당신이 간첩이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간첩이 아닌 사람을 간첩으로 만든 것으로 드러나면 형량이 더 무거워진다. 내 변호사들은 ‘그 사람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하더라.”

 함경북도 회령 출신의 재북화교인 유씨는 2004년 4월 북한을 빠져나와 중국·라오스·태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 재북화교임을 숨긴 채 탈북자로 인정받아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2011년 서울시청의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이어 기초생활수급자 관리를 보조하는 일을 하면서 탈북자 200여 명의 정보를 빼내 북한에 넘긴 혐의로 지난해 2월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1심은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유씨 여동생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국내에 처음 들어올 때 신분을 속인 이유는.

 “재북화교는 중국으로 넘어오면 장기체류 자격(영주권 성격)이 주어지고 3년이 지나야 국적이 생긴다. 2004년 한국에 올 땐 국적이 없었기 때문에 속인 게 아니다. 다만 재북화교 출신이라고 말 안 한 건 잘못이다.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

 - 가난을 피해 탈북했다고 한 것에 비해 해외에 자주 나간 편 아닌가.

 “2004~2007년 어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 중국을 자주 갔다. 2008년 영국 어학연수 때는 세차장에서 일해 돈을 벌며 힘들게 공부했다. 6개월 비자가 끝나 돌아오는 길에 프랑스에 2박3일 정도 들른 게 전부다. 돈이 많았다면 근처 스위스나 이탈리아도 갔을 것이다. 2011년 베를린에 간 것도 다니던 교회가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공짜로 다녀왔다.”

 (※유씨는 한국에 온 뒤 총 12차례 해외를 다녀왔다. 영국·프랑스·독일·태국 입국 기록이 있고 나머지 행선지는 중국이다. 검찰은 여행경비 등의 출처를 의심하고 있다.)

 - 국정원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때 거짓 판정이 나자 당신이 간첩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변호사도 없이 9일 동안 혼자 조사받고 일주일 넘게 잠을 못 잔 상태에서 받았으니 결과가 제대로 나오겠나.”

노진호 기자

◆프로돈 사업=대북송금 사업을 지칭하는 은어. ‘프로(%·percent)’와 ‘돈’의 합성어. 돈에서 일정한 비율의 수수료를 뗀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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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