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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지리산 케이블카 쟁탈전

국립공원 지리산의 케이블카를 놓고 지리산이 걸쳐 있는 전남·북과 경남도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6월 4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 도지사 후보들이 서로 “케이블카를 우리 도에 설치하겠다”며 다투고 있는 것.

 방아쇠는 재선에 도전하는 홍준표(60) 경남지사가 당겼다. 홍 지사는 지난달 19일 경남 산청군을 찾아 “지리산 케이블카를 영호남에 1곳씩 설치하는 것을 환경부와 협의하겠다”면서 “환경부가 1곳씩 설치하도록 하면 지방선거 후에 산청군과 함양군 중 경남의 적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가 포문을 열자 이번엔 전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62) 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홍 지사 발언 이틀 뒤인 지난달 21일 지리산권 관광활성화 방안 논의차 구례군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이 의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케이블카를 구례군에 설치해달라”는 지역민의 요청에 즉석에서 윤성규(58) 환경부 장관에게 전화해 “구례를 대상지로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장관은 이 의원과의 통화에서 “지자체 간 합의를 통해 호남과 영남에서 1곳씩 신청하면 관련 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홍 지사와 이 의원의 케이블카 설치 발언과 윤 장관의 답변은 경남과 전남이 영호남을 대표해 사업권 1개씩을 따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비쳐졌다. 그러자 전북이 반발했다.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유성엽(54) 민주당 의원은 이달 3일 성명을 통해 “지역 갈등이 염려되는 민감한 사안에 전북을 배제하고 끼리끼리 나눠먹으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입지 선정은 생태 환경이 망가지는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라며 “굳이 안배한다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호남 몫은 전북 남원시에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지사 후보들이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지리산 케이블카는 2년 전인 2012년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함양·산청 4개 지자체가 “설치해달라”고 환경부에 신청했다. 이번에 후보들이 “여기에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 바로 그 4곳이다.

 4개 시·군은 당시 환경부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 공고에 맞춰 신청서를 냈다. 하나같이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기술이나 경제성은 차치하고, 가장 큰 비중을 뒀던 공익성을 심의한 결과 심각한 지역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모든 지역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환경 파괴의 논리도 적용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지리산권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그러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환경을 내세우는 지리산권역 시민단체는 백지화됐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최세현(53) 대표는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통과 여부도 알 수 없는 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국립공원을 상품화해 표를 얻고자 하는 정략적 행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4개 지자체의 제안 중 어느 방안도 정상인 천왕봉까지 올라가는 계획은 없다”며 “정치인들은 상부 정류장에 도착하면 그 이상 등반이 불가능하다는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알리지 않으면서 그저 관광객이 모일 것이라는 막연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유권자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광희(54)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지자체에서 신청을 하면 국립공원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한 곳이 선정될 수도 있고 2년 전처럼 모두 탈락할 수도 있다”며 “정부는 일단 제안서를 받는다는 입장일 뿐 어떤 방안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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