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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왼쪽부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로비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 단골손님 마담 D(틸다 스윈튼)와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사진 20세기 폭스코리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일 개봉, 웨스 앤더슨 감독)은 매 장면 그대로 액자에 넣어 벽에 걸고 싶을 만큼 예쁜 화면부터 눈길을 끄는 영화다. 스크린 구석에 자리한 소품 하나까지 그 장면의 아름다움에 기여하는 정교한 화면 구성, 알록달록한 색감은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다. 극영화 ‘로얄 테넌바움’(2001)과 ‘다즐링 주식회사’(2007),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2009) 등 여러 전작에서도 꾸준히 선보였던 그 스타일이 이 영화로 만개한 듯하다.

 이야기의 무대는 1930년대 초, 알프스 산맥에 자리한 가상 국가 ‘주브로브카’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이 호텔을 애용하던 대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죽자 호텔의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가 살인범으로 몰린다. 그는 자신의 수제자나 다름없는 로비보이 제로(토니 레볼로리)와 함께 유럽 전역을 도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특유의 스타일이 곧 영화의 주제가 되는 경지를 보여준다. 극 중 30년대는 분홍색 위주의 아기자기한 화면으로 꾸민 반면, 나이든 제로가 구스타브에 대한 회상을 들려주는 60년대는 세계대전의 여파를 반영해 진한 자주색과 빨간색으로 낡고 황량하게 표현한다.

 이야기의 시작인 30년대 초는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가 독일에서 권력을 장악하기 직전이다. 이런 배경에서 구스타브는 최고의 호텔 지배인일 뿐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인물로 그려진다. 수시로 시를 지어 읊고, 어떤 위기일발의 순간에도 파나쉬(panache, 화려함·위엄을 뜻하는 프랑스어)라는 향수를 고집한다. 이런 그를 두고 극 중에는 ‘허영심 많고 천박하다’는 대사도 나오지만, 영화 말미에 제로는 그를 “희망과도 같은 존재”로 회고한다. 구스타브는 그 존재 자체가 유럽을 휩쓴 나치의 전체주의, 전쟁의 황폐함과 대척점에 선 듯 한 인물이다. 구스타브는 주브로브카를 점령한 군대가 중동 출신인 제로의 통행증을 문제 삼자, 이렇게 소리친다. “염병할 곰보 파시스트! 내 로비보이를 가만 놔둬!” 결국 구스타브는 이 일로 큰 곤경에 처한다.

 웨스 앤더슨은 이 영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친구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하는 한편 “유럽 각 나라가 나치에 대응했던 방식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촬영기법도 다양하다. 호텔의 외관은 미니어처로 만들고, 호텔 내부는 낡은 백화점을 개조해 촬영했다. 구스타브와 제로가 킬러(윌렘 데포)에게 쫓겨 스키를 타고 눈 덮인 산을 내려 가는 장면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찍었다.

 주연을 맡은 랄프 파인즈 외에 틸다 스윈튼, 윌렘 데포, 애드리안 브로디,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주드 로 등 이름난 배우들이 얼굴을 비춘다. 스크린의 스타일리스트 웨스 앤더슨 감독은 구스타브 같은 ‘삶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존경의 뜻을 아낌없이 드러낸 이 영화로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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