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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년 탐험가, 그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제임스 후퍼가 지난 1월 도봉산 정상에 올랐다. 경희대 기숙사에 거주하는 후퍼는 “틈만 나면 북한산·관악산 등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사진 제임스 후퍼]

경희대 지리학과 4학년생인 제임스 후퍼(James Hooper·27)는 국적이 영국이다. 그는 영국에서 젊은 탐험가로 유명하다. 영국인 최연소(19세)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 2008년엔 북극에서 남극까지 무동력 장비(사이클, 스키, 개썰매 등)만 이용해 1년1개월 만에 종단에 성공했다. 그 덕분에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 뽑은 ‘올해의 탐험가’로 선정됐다.

 극지 종단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수백 건의 강연을 했고 영국 왕립 지리학회 명예회원으로 임명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리학과로부터 장학생으로 입학하라는 제의도 받았지만 그는 2010년 경희대 지리학과 입학을 택했다.

그는 “한국 유학을 다녀온 친구들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해 호감을 갖고 친하게 지내왔다”며 “역동적이면서도 정적인 한국의 문화에 끌려 오게 됐다”고 말했다. 후퍼는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고 입학 1년 전부터 한국어를 독학했다. 경희대에 입학해서도 일부러 한국어 수업만 듣고 술자리에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 문화에 녹아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2011년엔 같은 과 동기 2명과 함께 제주도 한라산에서 서울 남산까지 자전거와 도보 등으로 100시간에 횡단하는 도전을 해 99시간 만에 완주했다. 2012년엔 외국인 최초로 경희대 총학생회 선거에 부회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공부도 잘한다. 과학인용색인(SCI)급 지리학 학술지인 ‘지오저널(Geo Journal)’ 2월호에 연구논문을 게재했다. 국내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부생으로서는 드문 일이다. 후퍼가 쓴 논문은 ‘거리와 가격이 관광지 선정에 미치는 영향’.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본국과의 거리와 여행 기간, 소요 예산 등에 따라 어떤 관광 패턴을 보이는지 분석했다. 물리적 거리와 여행 기간에 비례해 쇼핑관광보다 문화관광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그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략을 세울 때 한국과 거리가 먼 서쪽지역의 관광객에겐 문화관광을, 거리가 가까운 동쪽지역의 관광객에겐 쇼핑관광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며 “논문에서 제시한 계산틀을 이용하면 잠재적인 관광객 수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지리학과 황창수 교수는 “후퍼는 수업에서 제출하는 과제부터 남달랐다. 이미 학부 수준을 넘어선 뛰어난 학생”이라며 “그의 논문은 한국관광 전략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 졸업을 앞둔 후퍼는 다음 모험지로 극지방을 택했다. 현재 한국극지연구소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며 캐나다나 호주의 극지방 연구기관이 있는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다. 그는 “탐험을 하고 지리학을 공부한 이유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고 싶기 때문”이라며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문명사회와 달리 극지방은 인간과 자연이 있는 그대로 만나는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에 돌아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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