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우리말 바루기] 꽃샘추위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한나라 원제(元帝)의 후궁으로서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왕소군(王昭君)이 흉노족 왕에게 끌려가는 가련한 처지를 빗대 한 말이다. ‘오랑캐 땅에는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답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유래했다. ‘춘래불사춘’은 고달픈 인생살이를 비유적으로 일컬을 때도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봄이 와도 봄답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꽃샘추위’ 때문이다. 3, 4월 이맘때쯤 약화됐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세력을 회복해 추위를 몰고 오면서 봄을 더디게 할 때 ‘꽃샘추위’라 한다. 풀어 보면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로 운치 있는 표현이다. 잎이 나오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라는 뜻으로 ‘잎샘추위’라고도 한다. 이때의 쌀쌀한 바람은 ‘꽃샘바람’이라고 한다.

 봄추위를 중국에서는 ‘춘한’(春寒), 일본에선 ‘하나비에’(花冷え)라고 부른다. ‘춘한’은 글자 그대로 봄추위를 뜻하는 말이다. ‘하나비에’는 ‘꽃추위’ 정도로 ‘춘한’보다 비유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단순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우리의 ‘꽃샘추위’는 추위를 의인화한 표현으로, 시심(詩心)이 가득 배어 있는 말이다.

 ‘꽃샘추위’를 ‘꽃셈추위’로 잘못 표기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일반인들의 글은 물론 신문에서도 간혹 ‘꽃셈추위’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다. ‘시샘’을 ‘시셈’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꽃이 피는 것을 시셈하는 추위’처럼 ‘시셈’이라는 표기도 적잖이 나오기 때문이다. ‘꽃셈추위’가 아니라 ‘꽃샘추위’가 바른 표기다.

 “겨울 추위에는 살이 시리지만 봄 추위에는 뼈가 시리다” “꽃샘잎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른 봄철에 찬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변덕을 부리는 추위가 만만치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봄추위와 늙은이 건강”이라는 속담도 있다. 당장은 대단한 것 같아도 이미 기울어진 기세라 오래가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배상복 기자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