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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신났다


채권과 주식 간의 관계는 시소게임과 비슷하다. 주식은 위험성이 큰 만큼 기대수익률이 높다. 반면 채권은 안정성이 높은 대신 상대적으로 수익이 적다. 그래서 한쪽에 돈이 몰리면 다른 한쪽은 인기가 떨어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채권 쪽으로 시소가 기울었다. 주가가 반 토막 나는 걸 지켜본 투자자들이 안전한 채권으로 돈을 옮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질 거란 예측이 많았다. 미국·유럽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주가는 상승하고 채권 값은 떨어지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일어날 거란 기대였다. 전문가들은 “이제 채권보다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3월 중순이 됐는데도 채권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69% 내린 2.826%를 기록했다. 채권은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금리가 내려간다.

채권 금리가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채권의 인기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은 한겨울인데 채권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원인은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겨울 ‘스노겟돈’이라 불린 이상한파에 얼어붙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면서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시작으로 신흥국 위기론이 연초 주식시장을 덮쳤다. 지난 1월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선 706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채권은 6550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신흥국 위기론이 잠잠해지자 이번엔 우크라이나와 중국발 악재가 터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유럽 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럽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또 지난주 발표된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하자 경기둔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불안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으로 몰려들었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회사채는 국채 금리에 각 회사 신용등급에 따른 가산금리를 더해 이율을 결정한다. AA- 등급 이상인 우량 회사채의 경우 이 가산금리가 연초 0.4% 중반대에서 0.37%(14일 기준)로 낮아졌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A+ 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는 오히려 소폭(0.75%→0.76%) 올랐다. 신용도가 높은 기업은 예전보다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됐지만 다른 기업들은 더 높은 금리를 얹어 줘야 한다는 뜻이다. HMC투자증권 황원하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웅진그룹 해체 등을 겪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봄바람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못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세계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신홍섭 연구원은 “코스피가 2000 선에 안착하면 주식시장에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의 악재도 주가에 장기간 영향을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17일 “신흥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그림자금융 같은 이슈는 이미 끝났거나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아시아 이머징마켓 투자 아이디어’ 보고서)”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학습효과’로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오히려 최근 채권 금리 하락폭이 컸던 만큼 금리 상승도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 예정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청문회와 미국 FOMC도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듯 보인다.

NH농협증권 신동수 연구원은 “이 후보자가 중도파로 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와 같은 호재가 나오긴 어렵다.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 우려도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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