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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돈대에서

돈대에서 - 이상범(1935~ )


섬 하나가 물에 젖어 바람에 익고 있다

죽은 이는 산 자의 가슴속 불씨로 남고

결 삭은 해안의 물소리 하얀 소금 소금기여.

숲에는 깊이 숨긴 그날의 거친 이야기

옹이진 나무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이 땅

바위에 귀를 모으고 산 얘기를 듣는다

섬 하나가 물빛에 익고 한 나라가 젖고 있다

산 자의 손길이 돈대의 포를 어루만지며

떠나간 시간의 발자국을 바람 앞에 재고 있다.


이제는 다리를 건너 자동차로 들어갑니다. 바다 냄새를 맡으며 마니산과 전등사를 둘러봅니다. 싱싱한 회를 먹고, 서해 낙조가 주는 황홀을 보고, 로맨틱한 펜션에서 총총한 밤하늘의 별을 셉니다. 아주 좋은 여행지입니다. 강화도입니다. 그런데 이 강화도는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매우 중요한 요새였습니다. 대몽항쟁, 임진왜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같이 외적이 쳐들어올 때마다 그곳은 최격전지였고 최전방이었습니다. 시인은 강화도 돈대를 찾았습니다. 그 돈대에서 거칠었던 그날(들)을 떠올리며 적들과 맞섰던 포(砲)를 산 자의 손으로 어루만집니다. 그 주변의 나무며, 바위도 돌아봅니다. 프랑스의 총탄, 미국의 포탄 자국이 거기에 아직 남아있습니다. 죽은 이들을 생각합니다. 그 총탄과 포탄에 스러져간 이들입니다. 산 자의 가슴속에 불씨가 지펴집니다. 그때 죽은 이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말처럼 다만 사라졌을 뿐입니다. <강현덕·시조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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