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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한국 창작 뮤지컬이 글로벌 예술로 가는 길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서울대공원에 ‘아트’란 이름의 침팬지가 있다 하자. 이 녀석은 무언가를 그리길 좋아한다. 사육사가 종이와 물감을 주었더니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해 나날이 그림이 좋아진다. 르누아르의 그림 같진 않지만, 어찌 보면 잭슨 폴록이라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그림을 닮은 데가 있다. 이 침팬지의 그림은 예술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까지 예술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 폴록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왜 이것을 예술이라고 하지 않을까?

 실제 사례 한 가지 더. 올덴버그라는 팝아트 작가가 있다. 흙손, 빨래집게 같은 일상사물을 엄청난 크기로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미국의 한 미술관에서 이 사람이 만든 역시 엄청난 크기의 햄버거 작품을 구입해 전시를 했다.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이걸 예술이라고 한다면, 무엇인들 예술이라고 할 수 없을까? 밤새 남모르게 이 지역의 미대생 한 명이 케첩 병을 만들어서 그 옆에 나란히 갖다 놓았다. 물론 케첩 병은 치워졌다. 예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케첩 병은 왜 예술이 될 수 없을까?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미학 과목을 강의하면서 쓰는 사례들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창조에 관한 설명이다. 침팬지의 그림이나 미대생의 케첩 병은 창조가 아니기 때문에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다. 우선 침팬지는 예술작품을 창조하기 위한 정신적·심리적인 장치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저 끄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또 자기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대한 생각도 없다. 창조에는 그에 걸맞은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작품의 형식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거다.

 케첩 병을 만든 미대생은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있고, 그걸 만들기 위해 고민한 흔적도 있는데 왜 예술이 아닐까? 기존에 있는 것들을 넘어서는 진보성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향한 시도가 없다는 점에서 창조로 볼 수 없다는 거다. 누군가가 이미 만든 것을 반복한다거나 그것에 빗대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올덴버그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쓴 것 이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케첩 병은 창조가 될 수 없다. 이번엔 작품의 내용이 문제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도 같이 창조적으로 이루어져야 예술이 된다는 거다.

 예술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의 구분도 없다. 이상한 사람들의 행위쯤으로 생각했던 예술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왔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있다. 드라마와 음악과 춤이 결합된 매력적인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종합된 장르이기에 그만큼 수요층도 많다. 노래와 춤을 중심으로 한 대중스타도 나오고, 주제곡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예술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성과 유행이란 흐름에 예술이란 옷을 입힌 특이한 형태이다.

 이런 뮤지컬계에 창작 뮤지컬 바람이 불고 있다. 대부분 수입해서 공연한 것들로 이룬 시장 규모가 대략 연 3500억원이고, 매년 10%씩 성장을 한단다. 20~30%의 로열티도 문제지만, 이제는 갈고 닦은 실력으로 창작뮤지컬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인 것 같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창작뮤지컬을 만들어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로 진출하겠다고 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뮤지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장차 창작뮤지컬 제작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갈 계획이란다. 세계를 향해 승부를 걸 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거다.

 문제는 내용과 형식이다. 세계가 공감하고 감동할 소재 개발이 우선이다. 이미 검증을 거친 것들을 수입해서 공연했던 시절과는 다르다. 차별성 있는 스토리와 극 구성이 없으면, 그저 닮은 것을 반복하는 공허한 이벤트만 될 뿐이다. 특색 있는 형식 개발도 필요하다. 기존의 한류 스타 몇 명과 춤과 무대 경험을 활용한다는 생각에서 케첩 병 하나 더 놓으면 되겠거니 생각해선 성공할 수 없다. 그저 닮거나 진부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스토리도 있는 스펙터클한 볼거리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긴장감도 늦추지 말고, 금전적·시간적 투자도 있어야 한다. 그러면 한류 팝과 한류 드라마에 이어 한류 뮤지컬이 세계 예술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하지 않을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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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