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일 납치문제 협상 속도 내나
12년 끌어오다 몽골에서 면담
한국 "사전 통보 못 받았다"
김씨는 87년 9월 메구미와 한국인 납북자인 김영남씨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김혜경이란 가명으로 불려왔다. 김씨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이후 그 존재가 외부에 알려졌다.
요코타 시게루 부부와 김씨의 만남은 북·일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12년 동안 미뤄져 왔다. 이번 면담을 계기로 납치 문제 해결을 향한 양국 간 협상이 급속도로 진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상봉에는 김씨의 부친인 김영남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동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 언론들은 전했다.
‘메구미 문제’는 그동안 일본인 납치 문제의 상징적 존재인 동시에 납치 문제 타결에 걸림돌이 돼 왔다. 북한은 2002년 고이즈미 방북 당시 “메구미는 94년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자살해 97년 화장했다”고 주장했다. 2004년 11월에는 메구미의 것이라 주장하는 유골까지 일본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은 “유전자 감정 결과 다른 사람의 것”이라며 메구미의 생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북한은 “평양에서 요코타 시게루 부부와 은경씨가 만나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일 정부와 납치피해자가족회는 “메구미 사망을 기정사실화해 납치 문제에 막을 내리려는 의도”라며 거부해왔다.
이번에 양측의 주장을 절충한 형태로 제3국인 몽골에서 이들이 상봉한 것은 지난 3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북·일 외교부 과장급 협의를 통해 합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일본은 이미 공개된 선양에서의 접촉 외에도 베트남 하노이와 홍콩 등에서 비공식 접촉을 하고 향후 협상의 수순에 큰 틀의 합의를 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의 한 외교당국자는 “이번 건과 관련한 사전 설명을 일본 정부로부터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미·일의 외교 엇박자 속에서 북한과의 단독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한국 정부의 경계심도 커져가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