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못난 송아지 못된 송아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주철환
PD
“신문에서 주로 어떤 면을 읽으세요?”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가? “밝은 면을 주로 읽죠. 어두운 면은 제 맘을 무겁게 하니까요.” 하고 보니 나름 ‘명답’이다.



 습관은 1면부터, 사진부터, 제목부터, 듬성듬성. 하지만 예외는 있다. ‘친한’ 기자가 쓴 기사는 ‘의리상’ 읽어준다(세상살이 ‘앞면’보다는 ‘안면’이다). 최근의 기사 하나. “교육부는 다음 달 전국의 초·중·고에서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인성지수’를 측정한다.” 기자 이름이 공교롭게도 천인성이다. 마주칠 때면 “인성이 천사라서 천인성인가”라고 농담하던 바로 그 인성이가 ‘인성’에 대해 썼으니 흥미롭지 않은가(나만 그런가?).



 간추리면서 6하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중 하나를 뺀 덴 이유가 있다. 도대체 인성검사는 ‘왜’ 하는가. “문제점을 파악한 후 대책을 내놓으려고.” 대책? 예시된 질문은 의문을 남긴다.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한가?’ 스스로 매긴 점수(1점 매우 그렇지 않다, 6점 매우 그렇다)로 정직성을 가늠하는 게 타당한가. ‘솔직한가?’라고 물을 때 ‘그렇다’고 답한 아이는 과연 정직한 아이인가. ‘늘 그렇진 않다’고 (겸손하게) 답하면 인성에 문제 있는 아이인가.



 허위반응을 가려내기 위한 전문가의 거미줄이 군데군데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아이라면 이 대답(정답?)이 자신의 인성지수를 높여줄 거라고 예측하지 않을까. 휴가 나온 군인을 만날 때면 묻는다. “괴롭히는 사람 없냐?” 이 질문은 주어와 목적어가 애매하다. ‘너를 괴롭히는 사람’인지 ‘네가 괴롭히는 사람’인지. 약자를 괴롭히는 게 취미인 아이들은 ‘재밌어서’라고 대꾸한다. “상대방은 죽을 맛이라는 걸 너는 아냐, 모르냐.”



 인성 능력은 공감 능력이다. “내가 이렇게 말(행동)하면 저 아이도 기분 나쁠 거야.” 공동생활 한다고 공감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일부 시행 중인 걸로 알지만 가상의 역할극(연극과목)이 인성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심청이 역할을 해보면 장애인 부모를 둔 친구의 심정을 조금은 헤아릴 거라는 ‘낭만교사’의 소박한 믿음).



 ‘전파견문록’은 동심의 상상력이 빛났던 프로다. ‘못된 송아지 ( )’를 채우라는 문제에 초등학생이 기발한 답을 썼다. “혼난다.” 못되게 굴면 벌 받을 거라고 믿는 ‘권선징악’형 아이였다. ‘못된’ 송아지가 ‘잘되는’ 세상은 희망지수가 높지 않다. 못난 송아지는 도와야 하지만 못된 송아지는 잡아야(바로잡아야) 한다. “우리 학급 인성지수 평균이 일등으로 나왔어요.” 담임의 발표에 야유와 환호성을 동시에 터뜨리는 ‘경쟁심 교실’에는 그 수치가 아무리 높게 나와도 박수를 쳐주진 못할 성싶다.



주철환 PD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 [분수대] 더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