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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참사, 그 후 한 달] 트라우마 시달리는 피해 학생들

경주 리조트 붕괴 때 다리를 다쳤던 부산외대 이지향양(18·중국학부1·오른쪽)이 부산시 배정이(52) 재난심리지원센터장과 상담하고 있다. 이양은 “지금도 작은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무너진 천장에 깔린 지 한 시간째. 왼쪽 다리엔 통증이 몰려오고 온몸은 추위로 덜덜 떨렸다. 그때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스르르 풀렸다고 했다. 함께 깔려 “살려달라” 소리치던 누군가의 손이었다. “그게 누군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손이 풀리던 그 감각은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라요.”



할인점 박스만 떨어져도 소스라치게 놀라 밖으로
"내 발 잡던 누군가의 손 떠올라"
높은 천장 보면 무너질까 두려움
173명 정신적 장애 고위험군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에서 구조된 부산외국어대 이지향(18·중국학부1)양의 얘기다. 17일로 붕괴사고 한 달. 그러나 당시 신입생 환영행사를 하다 사고를 경험한 상당수 부산외대 학생은 진저리 쳐지는 기억에 시달리고 있다. 신입생 이양은 왼 무릎 뼈에 금이 가 2주일간 입원했다가 학교에 다니고 있다. 무릎은 점점 나아가고 있지만 충격으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는 여전하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는다. 정기적으로 의사와 상담도 한다. 의사는 “큰 사고를 겪으면 누구나 그런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고 했다. 이양은 “상담 덕인지 깜짝깜짝 놀라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약을 먹는 횟수가 줄기는 했다”며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마음의 상처가 가실지는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인(23·비즈니스일본어과3)씨는 사고 후 한동안 어머니 손을 붙잡고 잤다. 공포에 질려 혼자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였다. 어머니와 함께 자면서도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붕괴 당시 떨어지는 물건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바람에 2주간 입원했다. 한씨는 “탈출하면서 돌아봤을 때 깔린 학생이 ‘살려달라’ 비명을 지르던 것과, 하얀 눈 위에 떨어진 빨간 피가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사고 3주가 지난 이달 9일엔 그런 기억 때문에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어지러워 병원 신세를 졌다.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경기장 천장이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덜덜 떨다가 나온 적도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할인점 창고에서 쌓아둔 박스가 무너지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밖으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정모(19·1학년)양은 아직 심리 치료를 받느라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정양은 “높은 천장이 있는 곳에 들어가는 것도,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것도 거의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생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부산외대 심리검사에서도 나타났다. 부산외대는 부산시 재난심리지원센터 지원을 받아 당시 현장에 있었던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심리검사를 했다. 이 가운데 일정 점수 이상이 나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위험이 있다고 판단된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했다. 그 결과 173명은 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고위험군은 사고 3개월 뒤에도 여전히 PTSD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큰 경우다. 이들은 자칫하면 발작이나 우울증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상담을 진행한 배정이(52·인제대 간호학과 교수) 재난심리지원센터장은 “보통 큰 사고를 당한 뒤 한 달이 지나면 경험자들이 안정을 찾지만 10% 정도는 점점 더 나빠진다”며 “이들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 입원 중인 학생도 8명에 이른다. 장연우(19·미얀마어과)양은 사고 당시 무너진 지붕에 깔리면서 골반과 다리뼈 등이 부러졌다. 울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출혈을 막기 위해 부러진 골반을 다시 맞추는 수술을 했지만 하체 세포 조직이 괴사돼 지금까지 여덟 차례 수술을 받았다. 호전돼 퇴원하더라도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현재까지 입원·수술비 등은 마우나오션리조트를 계열사로 둔 코오롱이 부담했다. 이 밖에 척추를 다친 이모(18·1학년)양 등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지난 8일 골프장 운영을 재개했다. 리조트 측은 “권리를 가진 골프 회원들이 요구해 일단 골프장만 영업을 정상화했다”며 “리조트 숙박은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김상진·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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