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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회장님도 왔어요, 한옥에 한번 묵어보자고

코자자 조산구 대표가 서울 가회동 한옥마을에서 한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옥이야말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진정한 한류”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지난 9일 서울 가회동의 한 한옥 가정집. 휴가를 내고 한국을 찾은 미국인 패트릭 뉴먼(33)이 집주인 김모(62)씨 부부와 작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뉴먼은 김씨가 만든 불고기와 찌개를 먹으며 괜찮은 관광 명소와 맛집 등을 추천받았다. 그는 이 한옥에서 3박4일간 머물렀다. 패트릭은 “집 안에서 마당을 볼 수 있고, 피곤할 때 허리·등을 지지는 문화가 새롭다”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텔 대신 민박을 택했다”고 말했다.

 지구 정반대쪽에 살고 있는 이들을 맺어준 것은 ‘빈방 공유 소셜 민박’이라는 신개념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자자’라는 곳이다. 전국 주요 관광지 주변에 여행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가정집·게스트하우스 등에 대한 정보를 모아 이를 인터넷 공간에 소개하고 외국인 관광객과 연결해 준다. 집주인이 남는 빈방을 이곳에 내놓으면, 외국인 여행객이 자기 취향에 맞는 가정집을 골라 저렴한 비용에 숙박을 해결하는 식이다. 2012년 초 코자자를 만든 조산구(51) 대표는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빈방 공유 숙박정보 사업을 벌이면서 한국에 ‘공유경제’라는 화두를 확산시켰다. 공유경제는 보통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러 사람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의 경제’라고 해석된다.

 “집에 남는 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고 해보세요. 집주인은 괜찮은 수입을 얻을 겁니다. 한국을 홍보하는 보람도 있고요. 외국인은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하고 한국 문화를 체험해서 좋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관광 숙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관광을 활성화시킬 수 있지요.”

 “빈방 공유라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집주인·여행객·사회가 모두 만족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그가 사업에 나선 배경이다. 창업 2년 만에 2000여 명의 여행객이 코자자를 통해 한국에 머물렀다. 코자자는 각종 마케팅과 예약 대행 등을 해주고 수익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런 시스템을 처음 선보인 곳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글로벌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다. 기업 가치가 무려 25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0월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조산구 코자자 대표와 함께 서울 북촌 한옥촌 일대를 걷고 있다.
 한국판 에어비앤비로 불리지만 코자자에는 에어비앤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한 가지가 있다. 가장 한국적인 숙소를 빌려주는 ‘한옥 스테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에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 고풍스럽고 자연친화적인 집에서 한국의 문화·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외국인이 말하는 한옥의 매력이다. 일본 전통 숙박시설인 ‘료칸’의 인기가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전국에는 약 9만 채의 한옥이 있지만 이를 외국인에게 연결해 주는 곳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에 조 대표는 한옥 스테이를 본격적으로 상품화했고, 이것이 외국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어찌 보면 ‘빈방 공유’보다는 ‘한옥 스테이’가 코자자를 설명하는 더 정확한 말”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미 잘 알려진 한옥 ‘알림이’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구글 문화연구원(Cultural Institute)에 더 많은 사람이 한옥의 멋과 아름다움을 알 수 있도록 한옥 관련 콘텐트를 공급하고 있다.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던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이를 보고, 지난해 10월 방한했을 때 직접 조 대표를 찾아오기도 했다. 조 대표는 “슈밋 회장이 당초 한옥에서 1박을 할 예정이었지만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잠을 자진 못했다”며 “그러나 직접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해 한옥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다양한 한국 전통을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사실 조 대표는 한국 초창기 인터넷계의 ‘레전드’ 중 한 명이다. 1991년 한국 최초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KIDS BBS’의 ‘시솝(관리자)’을 맡은 사람이 바로 그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0년 실리콘밸리에서 위치정보 서비스인 ‘넷지오(NetGeo)’를 세워 운영하기도 했다. 인터넷 주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접속자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 회사다. 2007년 귀국해 KT·LG유플러스에서 신사업 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그가 코자자를 창업하겠다는 마음을 굳힌 때는 2011년 말이다. 잘나가는 임원 자리를 내놓고 다시 창업의 길로 들어서겠다고 하자 주변에선 말리기 바빴다. 조 대표는 “당시 스마트폰과 SNS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온·오프라인의 구분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공유문화가 오프라인에도 옮겨갈 것으로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도 항상 움직이긴 하지만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이런 변화에 따른 대응 속도가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안에서 답답해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벤처를 차려 부딪쳐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벤처 창업은 ‘가시밭길’이었다. 특히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투자를 받고자 창업지원기관들을 돌아다녔지만 여기저기서 나이를 물었다. 하지만 지원을 받으려면 39세 이하여야 한다고 했다. “나이가 창업에 무슨 상관이냐”고 물었지만 다들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결국 그는 정부 지원이 아닌 민간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나이가 아닌 창업 의지와 아이템 경쟁력을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점에서 한국의 창업 지원 제도는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쓴소리를 했다.

 도심 한가운데 고층 빌딩으로 출근하다가 주택가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에서는 개인비서까지 뒀지만, 이젠 전산작업, 홍보활동은 물론 각종 허드렛일까지 스스로 처리해야 했다. 무엇보다 대학 진학을 앞둔 두 아들이 눈에 밟혔다. 그는 “당시 아들들이 ‘너의 삶의 주인이 돼라’는 넬슨 만델라의 시와 함께 ‘아빠의 꿈을 따라가세요’라는 편지를 써줬다”며 “지금도 힘들 때면 그때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공유경제를 한국에 소개한 개척자 중 한 명이다. 아직 국내에선 걸음마 단계지만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자자처럼 집을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차를 공유하거나 공구·장비·옷·책 같은 개인물품도 나눠 쓰는 공유경제 사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상대는 돈을 벌어서 좋고 나는 돈을 아끼니 좋은 식이다. 공유경제는 각종 불필요한 제품 제작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고, 유·무형의 교류를 늘려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서울시도 공유경제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공유위크’를 여는 등 공유경제 확산을 위해 힘쓰고 있다.

 조 대표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SNS를 통한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합리적인 소비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 궤도에 오르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소유’에서 ‘대여’로 바뀌고 있는 점은 자본주의의 큰 변화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손해용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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