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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는 모두 채울 수 없어서 … 붓까지 든 작가들

저자: 도널드 프리드먼 역자: 박미성·배은경 출판사: 아트북스 가격: 3만5000원
글과 그림, 즉 텍스트와 이미지는 서로 대척점에 있다. 규칙성과 즉흥적인 면에서 보면 그렇다.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다. 글은 부정확하고 추상적이다. 반면 그림은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모든 분야를 획일적으로 재단하고 구분하는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의 융합 움직임은 그런 경향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다.

『작가의 붓』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시(詩)·서(書)·화(畵)를 하나로 생각했다. 글을 쓰면서 그림으로 마음가짐을 표현했다. 따지고 보면 서양도 마찬가지다. 예술사의 고전으로 꼽히는 곰브리치『서양미술사』에는 윌리엄 블레이크, 알렉산드르 푸시킨, 애드거 앨런 포, 마르셀 프루스트, 카프카의 그림이 실려 있다. 그림을 그린 노벨문학상 수상자로는 예이츠, 타고르, 키플링, 포크너, 버나드 쇼, 귄터 그라스 등이 있다.

변호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던 저자는 소설가가 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뒤늦게 창작 수업을 듣다가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릴 적부터 그림과 만화를 그렸지만 부모의 반대로 예술의 길을 포기하고 영문학과와 로스쿨을 나온 그로서는 눈이 번쩍 뜨였을 법하다. 그 경탄의 심정을 작가 100명의 사례를 통해 문학과 조형미술과의 관계, 창의력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풀어낸 글이 이 책이다.

파인 아트에 대한 애정을 작가들은 애틋하게 표현했다. 헤르만 헤세는 나이 마흔에 발견한 ‘새로운 기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림 그리기는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림은 당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더 인내하게 한다. 그림을 그리고 나면 글을 쓸 때처럼 검정 묻은 손가락이 아니라 파랑이나 빨강 손가락을 갖게 되는 것이다.”

D H 로런스는 이렇게 토로했다. “나는 살면서 때때로 그림으로 돌아갔다. 이유인즉 그림은 글이 내게 결코 줄 수 없었던 즐거움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글 속에 있는 기쁨이 더 깊고 그런 이유로 더 무의식적인지 모른다. 의식적인 즐거움은 그림을 그리는 속에서 더욱 강했다.”

존 업다이크의 말은 정곡을 찌른다. “작가와 화가들은 하얀 종이 위에 짙은 자국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공유하고 있다.”

이 밖에 종이 오리기에 심취한 안데르센, 사회적 금기를 깨고 야외에서 스케치를 즐겼던 브론테 자매, 손이 닿는 곳에 조각용 연장을 두었던 펄벅, 주목받는 아동 사진작가였던 루이스 캐럴, 소설 속 등장인물의 초상화를 끼적이곤 했던 도스토옙스키, 로댕과 같이 예술공부를 했던 칼릴 지브란, “시각적인 것이 나의 삶을 지배했다”고 말한 괴테, 캐리커처를 잘 그렸던 오 헨리, 3000점 이상의 드로잉을 남긴 빅토르 위고, 나비 전문가였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어린 왕자』의 삽화를 직접 그린 생텍쥐페리 등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는 이 책의 주인공인 상처받은 영혼들이 자신의 죄책감과 분노, 애착, 절망, 그리고 그 밖에 상실감으로 생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수단이자 고통에서 의미를 얻는 방법인 듯하다”고.

결국 고통이야말로 창작의 원천인 셈이다. 표현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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