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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의 세상탐사] 인재, 늘릴 수 없다면 끌어들여라

지난 20여 년 동안 일본은 경제열등생으로 꼽혀 왔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고도 한다. 반면 미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올 때까지 경제우등생으로 찬사를 받았다. 구조조정을 잘 해서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 선진국 중에서 가장 우등생으로 꼽히는 나라는 독일이다. 통독 후유증을 잘 극복하고 정체에 빠진 유럽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 나라의 성장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성장률 차이가 흔히 얘기하는 경쟁력이라든지, 구조조정과 별 관계가 없다.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에서는 일본 1.04%, 미국 2.61%, 독일 1.67%로 큰 격차가 난다. 그렇지만 경제활동인구(total labor force)당 성장률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은 0.91%인 반면 미국은 1.62%, 독일은 0.87%다. 일본은 독일보다 조금 높다. 2000년대만 비교하면 일본의 경제활동인구당 성장률은 미국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세 나라 간 성장률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에서 찾을 수 있다. 20년 동안 미국의 경제활동인구는 23% 증가했지만 일본은 0.6%밖에 늘지 않았다. 이 수치들을 내놓은 클라인 박사는, 따라서 일본 경제에 대한 그동안의 일반적 평가는 ‘착시(optical illusion)’라고 말한다. 엉뚱한 것들을 보면서 왈가왈부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의 노동력 증가율이 높은 가장 큰 원인은 해외인력 유치다. 미국은 원래부터 다양한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였다. 지금도 이민이 일상화되어 있다. 독일은 히틀러의 게르만 순혈주의로 배타적인 나라처럼 알려져 있지만, 원래 다양한 사람들이 정착해서 살던 나라다. 지금도 계속 이민이 이루어진다. 2010년 월드컵에서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 23명 중 11명이 이민자였다. 전 세계 최고의 다국적 군단이다.

반면 일본은 이민으로 인력을 늘리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선진국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전됐다. 출산율도 빨리 떨어졌다.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 붕괴의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 동안 매년 1% 정도의 생산성 향상을 이룬 것은 일본 경제의 저력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일본은 노동력 정체로 인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21세기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고령화다. 평균수명은 한없이 늘어나는데, 젊은 세대는 결혼도 잘 안 하고, 하더라도 늦게 하고, 그렇더라도 자식들을 적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다. 해결방법이 무엇인가? ‘고려장’을 도입할 수도 없다. 젊은 세대를 빨리 결혼시켜서 아이들을 많이 낳게 강요할 방법도 없다. 출산장려책을 쓴다 한들 출산율을 높이기도 힘들뿐더러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나서 세금을 낼 때까지는 하세월이다.

현재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은 일하고 세금 낼 능력 있는 사람들을 외국에서 데려오는 것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들이 동시에 고령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인력유치는 세계적 경쟁이 돼 있다. 미국과 독일처럼 인력유치 틀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나라는 이 경쟁에서 유리하다. 반면 일본처럼 그렇지 않던 나라들은 불리하다.

일본 경제의 현재 모습에는 한국 경제의 미래가 투영된다. 한국은 지금 일본보다도 더 빨리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민정책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성장 정체가 지속될 경우 사실은 노동력이 제일 큰 문제였다고 뒤늦게 후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은 외국인력을 끌어들이기에 훨씬 좋은 환경이다. 지진 등의 문제로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 하는 일본인이 많다. 중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중국인들을 끌어들이기도 쉽다. ‘한류’의 성공으로 인해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다른 개발도상국 사람들도 꽤 있다. 이런 사람들을 국내에 빨리 끌어들여서 투자도 하고 함께 일자리를 만들어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독일·싱가포르와 같이 이미 이민정책이 잘 갖춰진 나라들 수준으로 한국의 여건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전향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최소한 한·중·일 3개국 중에서는 한국이 이민을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지난 2월 이민을 매년 20만 명씩 받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인구 1억 명이 곧 무너진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경험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나라다. 일본처럼 시간 다 흘려보낸 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대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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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