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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안 돼" … 교류규제국 된 통일부 교류협력국

현 정부 출범 이후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 등 제반 분야에서 남북관계가 현저히 위축되고 있다. 배경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중앙포토]▷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북 경협 업체들이나 민간 대북 지원단체들에겐 ‘수퍼 갑(甲)’이 있다. 통일부 교류협력국이다. 교류협력국은 우리 국민의 방북과 북한 주민 접촉 허가를 담당하고 있다. 남북교역이나 개성공단 운용을 위해 물자를 반출하거나 반입할 때도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남북관계가 냉각되며 대북 인도지원이 줄어들자 인도지원국까지 흡수해 막강해졌다. 그렇다 보니 사업자나 대북지원업자들은 교류협력국에 밉보일 경우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교류협력국이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다.

대북 사업 단체·기업에겐 '수퍼 갑'
허가했다 안했다 고무줄 입장
방북 승인 한달 기다렸는데 불허
남북경색 틈바구니서 규제 양산



 특히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면서 대북사업자들 사이엔 “교류협력국이 아니라 교류규제국”이란 말까지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달 20일께 대북 민간단체들에 “북한과 접촉 준비를 하라”고 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2월 20~25일)가 끝나면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또 북한이라는 상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미리 준비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랬다가 최근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원칙 없이 입장을 바꿨다.



지난 11일과 12일 중국에서 북한 관계자들과 접촉을 계획했던 한 대북사업자는 “접촉 허가를 해주겠다던 통일부의 말이 달라지는 바람에 북한 당국자들이 중국 베이징까지 나왔다가 되돌아갔다”며 “어떤 때는 허가를 해주다가도 돌연 입장을 바꾸는 고무줄 같은 태도를 보이니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대북 사업을 하려면 북한 주민들과 제3국에서라도 접촉해야 하지만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교류협력국이 이랬다저랬다 하며 오히려 방해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 뒤 정부가 민간인들의 방북과 대북 투자를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발표한 5·24조치 이후 인적 교류는 전면 중단됐다. 인적·물적 교류의 문이 좁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교류협력국은 허가를 내주는 권한을 갖는 ‘수퍼 갑’의 지위를 굳혀 나가고 있다. 남북경색의 틈바구니에서 규제를 양산해내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대북사업가는 “6년 전 북한에 공장을 투자하고도 교류협력국이 허가를 안 해줘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며 “신규 투자를 허가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제3국에서 북한 담당자들을 만나 설비를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경협업체 사장은 “겉으로 보기에 통일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복지부동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업자들에겐 갑 중의 갑”이라고 했다. 인적·경제적 교류뿐 아니라 사회·문화 교류 역시 지난 5년 동안 실적이 전무하다.



 교류협력국의 고압적이고 경직적인 태도도 문제다. 대북 교류사업을 하는 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방북 승인을 요청해놓고 한 달여를 기다렸는데 중간 과정에 대해 일언반구 설명이 없다가 D데이가 오자 갑자기 불허한다는 결정을 내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5·24 조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고려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류협력국을 드나드는 민원인들은 상황 변화에 대한 설명을 해주거나 고민을 나누기보다 결정이 됐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NGO 관계자는 “교류협력국은 언제나 안 되는 이유만 수백 가지 대면서 ‘주시하겠다’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최근 부도로 사업을 중단한 한 경협업체 관계자는 “사업을 하는 데 지원을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며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는 것은 결국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 아니냐”며 “남북관계가 복원이 되면 그때는 또 투자하라고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베이징 등 제3의 장소에서의 경제·문화교류를 위한 접촉마저 차단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당사자들의 지적이다.



정용수·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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