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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의 취리히통신] 충격적이야, 교사가 초등생 엉덩이를 발로 찼대 … 호들갑 떤 남편

스위스 아동보호기구는 2003년부터 매년 4월 30일을 ‘체벌 없는 날(No Hitting Day)’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 홍보 책자에 실린 사진. [스위스 아동보호기구]
“충격적인 소식이야.” 남편이 퇴근해 집에 오자마자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오늘 직원 중 하나가 회사 전체에 메일을 돌렸어. 초등학교 다니는 11살짜리 아들이 과학 교사한테 맞았대. 경찰에 신고할 거라며 조언을 구하더라고.” 스위스 학교의 체벌이라, 흔치 않은 소식이긴 했습니다. “어떻게 맞았대? 이유는?” “뒷자리 친구와 장난치다 걸려서 교사가 발로 엉덩이를 걷어찼나 봐.” 한국발 뉴스에 익숙해진 탓일까요, 순간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이랬습니다. “머리를 다치거나 귀 고막이 터진 건 아니네?” 남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남편의 직장은 약 80개국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회사 전체에 메일을 돌렸다는 사람은 핀란드인이고요. 핀란드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인 1914년 세계 최초로 학교 내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한 나라입니다. 83년엔 스웨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가정 내 아동 체벌까지도 금지했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자녀가 교사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인 데 대해 분노할 만합니다. 남편이 충격을 받은 것도 그럴 것이, 스페인도 학교 내 체벌(85년)과 가정 내 체벌(2007년)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거든요.



 국제체벌금지기구(endcorporalpunishment.org)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35개국이 가정 내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유럽 대부분 국가는 물론 케냐(2010년), 남수단 공화국(2011년), 온두라스(2013년) 등 개발도상국에 속하는 나라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학교 내 체벌을 금지하는 국가는 이보다 훨씬 많은 119개국입니다.



 묻어뒀던 여고 시절 일이 떠올랐습니다. ‘기분파’라고 소문난 수학 교사가 자신을 비웃는다는 이유로 학생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코피가 나고, 입술이 터져도 때리는 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맞던 학생이 코뼈가 부러져 교실 바닥에 널브러지자, 교사는 다른 학생에게 양동이에 물을 받아오게 해 자신의 피 묻은 손을 씻었습니다. 전교생이 커튼에 묻은 피를 확인하러 그 교실에 몰려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교사는 이후에도 계속 문제를 일으켰지만 취해진 조치라곤 같은 재단의 중학교로 옮겨간 게 전부였죠. 물론 15년 전 일이고요. 요즘은 한국도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아직도 ‘교육 목적의’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한국에 있을까요? 이런 분들은 스웨덴 사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상 천국이라 불리는 평화롭고 안전한 이 나라에서도 1970년대엔 미취학 아동의 절반 가까이가 집에서 정기적으로 맞았습니다(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 통계). 스웨덴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9년 가정 내 체벌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대대적 홍보에 나섰습니다. 집집마다 안내문을 돌리는 건 물론, 온 국민이 마시는 우유곽에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는 문구를 집어넣도록 했죠. 그 결과 80년대엔 매 맞는 아동의 비율이 3분의 1로 떨어졌고, 지금은 전체 아동의 단 1.5%만이 1년에 한 번 이상 매 맞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기간 부모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체벌이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도 함께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핀란드인 아이의 엉덩이를 걷어찬 저 스위스 교사는 단단히 혼나게 생겼습니다. 아버지가 이미 고소 준비를 끝냈다고 하네요.



김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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