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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일 명문대 출신의 항변 "일이 다는 아니잖아"

니트족은 기성 세대에겐 무책임하고 게으른 모습으로 비친다. 하지만 7년째 니트족으로 살고있는 저자는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그 삶도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사진 동아시아]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파(Pha) 지음

한호정 옮김, 동아시아

260쪽, 1만2000원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하나 해 보자. 2009년 일본 후지TV가 방영한 ‘동쪽의 에덴(東のエデン)’이란 작품이다.



 명랑만화스러운 그림체와 달리 메시지는 제법 철학적이다. 국가주의와 장기불황, 젊은이들의 반사회성과 같은 현대 일본사회의 단면을 만화적 상상력 속에 녹여냈다. 복잡한 스토리는 일단 제쳐 두자. 오히려 눈길을 끄는 것은 ‘니트(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族)의 존재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묘한 게임에 참여하게 된 주인공은 니트족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한다. ‘일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할 의지도 없는’ 젊은이들. 쓸모 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이들은 저마다 능력을 발휘하며 세상을 구원한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틀에 맞지 않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파(Pha)’라는 필명을 쓰는 저자 아라카와 도모노리(荒川智則·36)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니트족이다. 명문 교토대를 졸업하고 ‘썩 괜찮은’ 직장에 들어갔지만 3년 만에 그만 뒀다. 세상이 정해놓은 틀에 맞춰 살아가는 게 ‘귀찮고 피곤했다’는 그는 니트족의 길을 택했다. 도무지 직장의 업무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고,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바닥날 정도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가 소개하는 니트족의 삶은 꽤 흥미롭다.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놀고 싶을 때 노는 고양이 같은 생활이다. 그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과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한다면 세상과 ‘느슨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일하지 않는 삶 - 혹은 최소한의 일만 하는 삶- 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7년 여의 경험을 통해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 최소한의 생활경비를 마련하는 법에서부터 사회보장제도를 이용하는 법, 쉐어하우스(share house·공동주거공간)를 통해 거처를 마련하고 생필품을 구하는 법까지 알려준다.



 물론 니트족의 삶이 무조건 행복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비싼 음식을 사먹거나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철학이랄까. 취하는 게 있으면 버려야 할 것도 있단 얘기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모든 사람이 세상이 정해놓은 틀 속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사람마다 삶의 방식은 다를 수 있고 이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세상의 틀에서 한 발짝만 비껴 서면 책은 재미있게 읽힌다. 때론 고개를 끄덕이며 ‘격하게’ 공감하는 구석도 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 한 편에 불편한 느낌 또한 가시질 않는다. 저자의 이름 앞에 붙는 ‘교토대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그렇고, 유명한 블로거이자 공동주거 네트워크인 ‘긱하우스(Geek House)’의 창시자라는 성공담이 그렇다. 인생에 대한 책임이 개인과 사회환경에 반반씩 있다는 식의 주장도 왠지 껄끄럽다.



 저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듯 선택 또한 개인의 몫이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름’이 세상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의 글로벌한 인세에 푼돈이나마 보탤 가치는 충분하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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