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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떠는 서울대공원 황새·두루미 …

경기도 과천에서 발견된 큰기러기 사체가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13일 오후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이 서울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뉴스1]

두루미·큰고니·수리부엉이·큰소쩍새…. 과천 서울대공원동물원에서 사육하는 천연기념물 희귀조류다. 이 새들에게도 전국을 휩쓸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위협이 덮쳤다. 13일 동물원에서 1.4㎞ 떨어진 청계산 약수터에서 죽은 큰기러기(철새)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큰기러기 사체에서 발견된 AI바이러스(H5N8)가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높아 위기감이 더 크다. AI가 동물원 안으로 침투할 경우 감염된 조류는 살처분해야 한다. 서울동물원은 103종 1139마리의 조류를 사육하고 있다. 황새·노랑부리저어새·혹고니 등은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은 천연기념물 희귀조류다. 콘도르·산계 등 세계적 멸종위기종도 385마리나 된다. 서울동물원은 이날 정오부터 동물원을 폐쇄했다. 위험 요소가 사라질 때까지 무기한이다. 동물원을 통과하는 청계산 등산객의 출입도 통제했다.

 닭·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반드시 살처분해야 한다. 고병원성일 경우 인근 500m 이내 농장에서 키우는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된다. 지자체와 농림축산식품부의 협의를 거쳐 3㎞ 이내의 농장에서도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조류의 경우엔 다르다.

 AI가 동물원에 침투하지 않는 이상 대공원 내 조류는 살처분되지 않는다.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조류는 보존가치가 높을뿐더러 다른 농장 간의 교류가 없어 전파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AI 긴급행동지침에는 “대공원·동물원 등 사육시설에서 사육 중인 조류는 가축방역관의 조언을 받아 전파 위험성 등 방역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살처분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처럼 1.4㎞ 인근에서 AI에 걸린 철새의 사체가 발견되면, 동물원을 폐쇄하되 그 안에 있는 조류는 보존된다.

 하지만 동물원 안의 조류가 AI에 감염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대공원은 ‘AI에 감염된 조류 개체만 살처분한다’는 방침을 세워놨다. 나머지 조류는 감염 여부를 검사해 살처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서울시 박범 동물보호과장은 “가금류를 제외한 동물원에서 키우는 대부분의 조류는 AI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며 “가축방역관이 상황을 확인해야겠지만 동물원 조류들을 살처분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동물원의 조류가 AI에 감염된 적은 없다. 하지만 동물원의 새가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된 적은 있다. 2008년 5월 서울 광진구청 자연학습장에서 키우던 꿩 2마리가 AI에 감염돼 죽자 어린이대공원과 서울동물원은 감염 가능성이 높은 조류인 닭·오리·칠면조 등을 살처분했다. 당시 서울대공원에서만 17종 220여 마리가 매몰처분됐다.

 서울대공원동물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철새 똥을 막기 위해 새 우리에 지붕을 씌웠다. 조류사를 담당하는 사육사들도 일주일간 출퇴근하지 못하고 동물원에 격리된다. 대공원 후문 등 청계산으로 올라가는 출입구 2곳을 봉쇄하고 동물원 내 청계산 산림욕장도 폐쇄했다.

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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