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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축유 방출 … 러, 대규모 야전훈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르세이 야체뉵 우크라이나 신임 총리와 만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움직임에 대해 강력 경고했다. 러시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날 우크라이나 접경 서부 지역에서 대규모 야전 훈련을 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워싱턴 AP=뉴시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운명을 가를 러시아로의 합병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지는 16일이 가까워오며 미국·서방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와 크림자치공화국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아르세이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를 만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서 진로를 변경하지 않으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가를 치르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차 분명히 한 것이다. 야체뉵 총리는 이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불러온 계기였던 유럽연합(EU)의 협력협정에 대해 “다음주 (EU와의) 정치부문 협력협정에 서명하고 EU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서방 편에 서겠다고 밝힌 셈이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전략비축유 500만 배럴(1배럴은 158.9L)을 방출한다고 밝혔다. 미 당국에선 “유사시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점검하는 시험 차원의 방출”이라고 주장하지만 유럽의 대러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걸 감안한 조치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앞서 서방의 선진 7개국(G7)과 EU 지도자들은 러시아를 향해 “크림자치공화국의 지위 변경 시도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맞서 독일·프랑스·스위스 대통령 등과 잇따라 접촉했다. 크림반도 내 소수민족인 타타르계 정치인과도 통화했다. 우크라이나의 긴장을 풀기 위한 행보란 게 러시아 측 설명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대응 주도권을 넘겨받았다”(슈피겔)는 평가를 받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푸틴 대통령에게 “17일까지 우크라이나 사태에 진전이 없으면 EU는 다음 주 중 2차 제재를 단행하고 20일 EU 정상들이 모여 대책을 모색한다”고 통보했을 정도로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양측에선 14일 런던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의 만남이 변곡점이 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케리 장관은 “긴장을 완화할 새 옵션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크림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는 더 높아졌다. 러시아군은 13일 우크라이나 접경 서부 지역에서 대규모 야전 훈련을 했다. 우크라이나군도 크림반도 바로 위에 위치한 헤르손주에서 비상군사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크림반도에 8만 명 정도 있는데 전면적 침공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면 전투 태세에 돌입했고 서방도 공중조기경보기를 투입하는 등 경계 수위를 높였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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