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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고개 젓는 이세돌 9

<본선 8강전>
○·스웨 9단 ●·박정환 9단

제15보(206~225)=봄이 되니 꽃이 핍니다. 자연의 법칙이지요. 죽은 듯 엎드려 있던 들판이 다시 살아나는 게 신기합니다. 바둑 역시 죽고 사는 게 어렵지요. 처음 배울 때도 ‘두 눈’의 의미가 어렵고, 세월이 흘러도 사활(死活)은 계속 어렵지요. 지금 좌변에서 최후의 사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박정환 9단은 흑집 속에서 벌어진 이런 재난에 기가 막힌 심정일 겁니다.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스웨 9단이 208, 210 등으로 시간연장책을 쓰더니 214로 둡니다. 죽느냐, 사느냐. 어려서부터 사활 귀신으로 불린 박정환은 한눈에 ‘패’라는 답을 찾아냈습니다. ‘참고도1’ 흑1로 파호하면 백2, 4로 패가 되지요. 죽음과 삶의 경계라 할 ‘패’는 팻감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리죠. 한데 팻감은 백이 월등히 많습니다. 시종 판을 리드했던 박정환에게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저승사자처럼 어른거리는 자책감과 분노, 그리고 사람을 미치게 하는 초읽기. 그 속에서 ‘패’ 아닌 다른 답을 찾아 정신 없이 헤매야 합니다.

 결국 215로 빠졌습니다. ‘참고도1’은 흑 대마도 미생이거든요. 그러나 216이 놓이자 똑같은 상황입니다. ‘참고도2’ 흑1로 뛰어나가는 것 말고 다른 수를 찾기 어렵지만 백이 2, 4로 응수하면 역시 패의 형태입니다. 그 패를 피하려고 223으로 두었는데 이때 등장한 224가 결정적이로군요. 거의 결정타입니다. 모니터로 구경하던 이세돌 9단이 말 없이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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