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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구리 값 중국에 울고, 금값 미국에 웃고

중국 경기가 가라앉고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구리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반면 약세를 면치 못하던 금값은 미국이 돈줄을 계속 조일 거라는 예상으로 최근 반등했다. 중국 상하이 남쪽 양산항에서 구리 원자재를 옮기고 있다. [로이터=뉴스1]

12일(현지시간)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구리 선물이 t당 6476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8% 급락했다. 201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같은 날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금 선물(4월물) 가격은 온스당 1370.5달러까지 치솟았다. 6개월 만의 최고치다.

 금과 구리. 두 금속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갖는 상징성은 각별하다. 세계 경기와 투자자의 심리를 정확히 반영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두 금속의 가격이 요즘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구리값이 연일 추락하고 있는 반면 금값은 랠리를 재개했다.

 구리값의 급락은 세계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차이나포비아(중국 공포증)’를 반영하고 있다. 구리는 대표적 산업재다. 집 한 채 짓는 데 평균 70㎏, 자동차 만드는 데는 35㎏이 들어간다. 그만큼 세계 경기의 흐름을 잘 반영한다고 해서 ‘구리 박사(Dr. Copper)’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그런데 전 세계 구리의 40%는 중국이 쓴다. 중국 경제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면 구리값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구조다. 2월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줄었다. 춘절의 영향을 감안해 1~2월을 합쳐봐도 -1.6%다. 최근에는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처음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는 일도 생겼다. 세계 증시가 화들짝 놀랐다. 신한금융투자 이경수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당국이 제시한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7.5%)를 지킬 수 있을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시장에 팽배해지고 있다”면서 “국내 증시와 대형 수출주가 부진한 핵심 요인도 최대 수출지역인 중국이 흔들리고 있는 탓”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구리 박사’가 경기 둔화를 넘어 더 큰 위험을 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것이다. 바로 금융위기다. 구리는 중국에서 담보로도 널리 쓰인다. 기업들이 수입한 구리를 담보로 저금리의 달러를 대출받은 뒤 고금리의 위안화 상품에 투자해 차익을 챙기는 거래가 횡행한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구리값의 급락은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담보가치가 줄어들면 은행은 대출을 축소하거나 회수하게 된다.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 약한 기업부터 차례차례 무너지고 결국은 은행들까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음울한 시나리오다. 여기서 구리를 주택으로 바꾸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해진다. 미국의 원자재 전문가인 데니스 가트먼은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구리값의 급락은 일부 은행이 구리 담보대출을 청산하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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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가 현실화될지, 미풍에 그칠지 가늠할 잣대도 결국 구리값이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중국의 금융 시스템 전반이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한계기업과 부실자산 문제는 꾸준히 불거질 수 있다”면서 “구리값이 반등할 때가 시장이 안정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의 추락이 중국 리스크를 반영한다면 금의 부활은 미국 리스크를 상징한다. 연초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는 “금의 랠리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돈 풀기’(양적완화)로 금값을 밀어올리던 미국이 돈줄을 서서히 죄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값은 통상 달러가치와 반대로 간다. 시중에 풀리는 달러가 줄면 달러값은 강세로, 금은 약세로 갈 수밖에 없다.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한 것만으로도 지난해 이미 금값은 이미 28% 떨어졌다. 투자은행(IB) 골드먼삭스는 올해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흐름은 정반대다. 금값은 연초 이후 12% 반등했다. 세계 최대 금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트러스트’의 투자자금은 지난해 41%가 줄었지만 올 들어서는 0.9% 늘며 증가세로 반전했다. 그러자 노무라증권은 최근 금값 전망치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올해 평균 가격은 온스당 1138달러에서 1335달러로, 내년 전망치도 기존 1200달러에서 1460달러까지 올려잡았다

 금값을 밀어올린 건 불안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에 신흥시장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불거지자 투자자들은 일종의 ‘보험’으로 금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지표가 오락가락하는 데다 연준의 테이퍼링도 여기저기서 파열음을 내면서 ‘정책 실패’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쉽게 걷히기 힘든 데다 투자자금도 꾸준히 들어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금값은 상당기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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