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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과 국민연금 사이, 고마운 징검돌

외벌이인 중소전자업체 부장 김모(44)씨는 벌써부터 은퇴 이후가 걱정이다. 퇴직까지 길어야 10년 정도 남았는데 이후 네 식구가 먹고살 길이 마땅찮아서다. 믿는 건 매달 꼬박꼬박 납부한 국민연금뿐인데, 만 65세부터나 받을 수 있다. 10년가량 소득공백기가 생긴다. 김씨는 “50대 중반이면 애들이 한창 대학에 다닐 시점인데 소득이 사라진다”며 “퇴직금을 헐어서 가게라도 차릴까, 이런저런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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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평균 연령은 만 53세(2012년 통계청 조사). 퇴직이 빠르다 보니 국민연금 수급까지 ‘연금 사각지대’를 피하기 어렵다. 당초 60세이던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지난해 조정돼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 이후는 만 65세로 늦춰졌다. 60세로 늘어날 정년을 꽉 채운다 해도, 현재 45세 이하 직장인은 최소 5년간 소득이 없게 된다.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5년 일찍 국민연금을 당겨 받을 순 있지만 대신 연금액이 30% 줄어들어 손해가 적지 않다.

 ‘소득 크레바스’ 또는 ‘소득 보릿고개’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이를 넘길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가교(브리지)형 연금과 가교형 예금이 대표적이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 수령까지 기간을 이어주는 가교(브리지)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직장정년과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달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며 “소득공백기에 집중·특화된 금융상품으로 5~10년간 소득원을 준비해 두라”고 조언했다.

 가교연금은 지난해 이후 생명보험사 연금상품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가입할 땐 일반 연금보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나중에 연금지급이 시작될 때 지급방식을 브리지형(또는 초기집중형·활동기강화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 브리지형을 고르면 초기 몇 년간 연금수령금액을 늘려 받게 된다.


 예컨대 40세에 월 100만원씩 10년간 내는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정액으로는 60세부터 100세까지 매년 1002만원씩 받을 수 있다(공시이율 연 3.95% 기준). 이를 초기 10년간 3배로 받는 ‘브리지형’으로 지급방식을 바꾸면 60세부터 69세까진 매년 1594만원, 70~100세는 531만원씩 받는다. 초기 구간에 연금을 두둑하게 받아 국민연금의 빈자리를 메우게 된다.

 다만 상품마다 연금을 더 받는 브리지 기간을 얼마로 선택할 수 있는지, 이 기간 동안 몇 배까지 연금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지 등의 조건이 다르다. 신한생명 ‘참신한브릿지연금보험’은 브리지 기간을 1년부터 20년까지 비교적 자유롭게 고객이 고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동양생명 ‘골든라이프연금보험’이나 미래에셋생명 ‘1307당신의완성’은 초기에 최대 5배까지 연금수령액을 늘릴 수 있다. 신한생명 상품개발부 윤섬이 대리는 “은퇴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연금액을 늘리는 구간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은퇴가 당장 코앞이어서 준비기간이 길지 않다면 가교연금 대신 은행의 가교형 정기예금을 이용할 수 있다. 외환은행의 ‘해피니어 정기예금’은 목돈을 예치한 뒤, 매달 연금처럼 원리금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예컨대 ‘1년 거치 뒤 4년 연금’ 방식을 선택하면 1년 뒤부터 매달 원금과 이자가 또박또박 고객 통장으로 들어온다. 퇴직금이나 부동산 매매대금 같은 목돈이 있긴 하지만 매달 일정금액을 월급처럼 받는 데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가 주 고객이다. 이 은행 개인고객부 박은주 차장은 “은퇴기 고객은 확정금리형, 월지급식 상품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상품”이라며 “은퇴 뒤 국민연금 수령까지 빈 기간을 채워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말 출시한 ‘KB하이스토리정기예금’ 역시 은퇴생활자를 겨냥한 가교형 상품이다. 매달 일정한 원금을 지급해주는 ‘원금균등분할지급식’이나, 이자를 1년에 한 번 월복리로 지급해주는 ‘원금일시지급식’ 중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한애란 기자

◆가교(브리지)연금=은퇴 뒤 국민연금 지급이 시작될 때까지의 소득공백 기간에 다리(가교) 역할을 해주는 연금보험상품을 일컫는 말. 매년 똑같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기간에 연금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가교(브리지)형 예금=가교연금처럼 은퇴자의 소득 공백기 대비용 예금상품. 퇴직금 같은 목돈을 예치해두면 원금 또는 원리금을 매달 고객의 입출금 통장으로 넣어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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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