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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 병장 스타일이네, 마지막 휴가 나왔나봐

지난달 초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패션 디자이너 고태용이 글로벌 브랜드 ‘리복’ 후원으로 패션쇼를 열었다. ‘말년 휴가’를 주제로 쇼를 꾸민 디자이너 고태용이 무대 오른편 아래에 서 있다. [사진 리복]

1 군복 모직코트를 연상케 하는 고태용의 2014 가을·겨울 의상이 목 높은 운동화와 어울려 연
출됐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남서부 부둣가에 한껏 멋을 낸 패션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전 세계 주요 패션 매장 바이어와 언론 종사자 400여 명은 한국 패션 디자이너 고태용의 두 번째 뉴욕 패션쇼에 들른 참이었다. 고태용 디자이너의 이번 패션쇼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이 후원했다. 올 가을·겨울 패션을 선보이는 뉴욕 패션 위크에는 150여 개의 쟁쟁한 패션 브랜드·디자이너가 참여했다. 그중 리복이 후원한 디자이너는 고태용이 유일했다. 한국 신진 디자이너와 글로벌 브랜드의 만남, week&이 그 현장을 지켜봤다.

한국 경험·감성으로 세계 시장 노크

뉴욕 맨해튼 섬 남서부 부둣가는 패션 산업 종사자들에게 익숙한 곳이다. 오래된 부둣가 사무실이 패션 화보·광고 촬영장소로 쓰이기 때문이다. 화물 보관소였던 공간이라 층고가 높고 부둣가 쪽으로 건물이 없어 채광이 좋다. ‘2014 가을·겨울 고태용 패션쇼’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촬영소 ‘피어 59 웨스트’에서 열렸다. 고태용 디자이너는 여느 패션쇼와 달리 모델들이 걸어가며 옷을 선보이는 무대, ‘런웨이’를 설치하지 않았다. 대신 모델 30여 명을 세계단으로 된 기역(ㄱ)자 무대에 올렸다.

패션쇼 주제는 ‘마지막 휴가’. 고 디자이너는 “말년 병장이면 마음이 조금씩 흐트러지지 않나. 군복을 입은 매무새도 마찬가지이고. 그런 마음을 ‘밀리터리 룩’과 조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패션 디자이너가 옷만 잘 만들어선 안 된다. 철마다 선보일 컬렉션엔 해당 의상을 관통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한데 한국 남성들만 경험할 수 있는 군대 문화, 군인 감성이 보태지니 이야기가 술술 풀렸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올 가을·겨울 의상은 빨강·노랑 견장이 달린 군복 재킷과 회색 트레이닝복을 닮은 캐주얼 바지, 여기에 목 높은 운동화를 매치시킨 차림새였다. 군복의 딱딱하고 정형화된 이미지를 트레이닝 바지와 함께 재미있게 연출한 것이다.

2 1983년 소개돼 큰 인기를 얻은 ‘리복 엑소핏’의 2014년 버전이다. 복고풍 유행에 걸맞게 31년 전 디자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다. 고태용 뉴욕 패션쇼의 모든 의상과 조화를 이뤘다.
이렇게 풀어낸 30여 벌 의상엔 모두 같은 모양의 신발을 신겼다. ‘리복 엑소핏’이다. 1983년 리복이 내놓아 전 세계에서 히트한 운동화다. 당시 한국에서도 엑소핏을 신은 광고모델(배우 이종원)이 의자를 타고 넘는 TV CF로 큰 성공을 거뒀었다. 고씨는 “‘응답하라1994’처럼 복고에 대한 향수는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31년 전 처음 세상에 나온 운동화 디자인이 마지막 휴가라는 이번 시즌 컨셉트와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패션쇼에 참석한 유명 패션 전문가 닉 우스터는 “멋지게 옷을 차려입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신발이라 할 수 있다.

고태용이 선택한 리복의 고전 디자인 운동화는 꽤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했다. 뉴욕의 패션 편집매장 ‘아트리움’ 바이어는 “전체 의상의 분위기를 봤을 때 리복 운동화는 신선한 포인트였다”고 했다. 아트리움은 뉴욕에서도 ‘앞선 패션 감각을 뽐내는 사람들을 위한 쇼핑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한국서 검증 받아야 세계 시장에서 통해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취향, 높은 안목은 정보기술(IT) 등 기술 분야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내로라하는 해외 기업·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첫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게 화제가 된 것도 몇 년 전 얘기다. 이제 이런 흐름이 패션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리복이 고태용 디자이너를 후원한 게 그 사례다. 리복 코리아 이나영 마케팅 이사는 “세계 시장이 무대인 글로벌 브랜드로선 이례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우린 전 세계 시장에 상품을 판다. 통합적인 이미지 아래 소비자 눈에 드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나라마다 디자인을 달리한다면 생산이 쉽지 않고 마케팅도 어렵다. 그러니 고태용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작업은 예외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3 고태용이 전형적인 군복 분위기를 거리 감성으로 재해석한 코트다. [사진 리복]
 리복이 한국 디자이너를 글로벌 파트너로 정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08년 2월, 디자이너 정욱준씨와 함께 ‘리복 엑소핏바이준지’를 냈었다. 한정판 상품으로 출시됐다 금방 동났다. 이나영 이사는 “글로벌 본사에선 처음 시도했을 때 반신반의했었다. 그런데 반응이 폭발적인 걸 보고선 한국 시장에서 검증받은 제품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걸 제대로 깨달은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고태용 디자이너는 한국을 발판으로 삼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주로 젊은 층 팬이 많은 그는 SNS 스타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트위터 3만5000여 명, 인스타그램 2만5000여 명, 페이스북 3만여 명 정도가 그가 공유하는 사진·소식 등을 구독하고 있다. 연예인 정도는 아니지만 패션 디자이너로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 고씨는 “팬이자 소비자인 분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어서 열심히 한다. 반응도 즉각적이어서 창작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리복은 올 하반기 ‘고태용이 디자인한 리복 운동화(리복 by 고태용)’를 내놓을 예정이다. 패션쇼 후원 단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패션 디자이너가 만든 운동화가 전 세계를 무대로 팔려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 이사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선 시도하기 힘들다. 한국 소비자의 세계적 안목, 디자이너와 소비자의 즉각적인 소통 등 한국만의 강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뉴욕=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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