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서소문 포럼] 박근혜와 오바마의 국방개혁이 만났을 때

오영환
논설위원
올해는 미국이 ‘13년 전쟁’의 터널을 벗어난 첫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작전을 끝냈고, 이라크에선 2011년 말 철군했다. 돌이켜보면 두 전쟁의 발단인 2001년 9·11 테러는 세기의 전환점이었다. 세계를 바꿨다. 미국 주도 테러와의 전쟁은 시대정신이 됐다. 수퍼 파워 미국의 상징이기도 했다. 세계를 미국편이냐 아니냐로 갈랐다. 아프간전은 21세기가 19세기를 만난 전쟁이었다. 이라크전은 정밀 타격과 네트워크 중심의 현대전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두 전쟁은 미국도 바꿨다. 미군은 탈레반과 후세인 정권을 순식간에 전복했지만 수렁에 빠졌다. 이라크엔 미완의 민주주의가 이식됐을 뿐이다. 아랍 민주주의의 봄은 다른 곳에서 밑으로부터 찾아왔다. 중동의 세력균형은 무너졌고, 반미주의의 이란이 맹주를 넘보기 시작했다. 중국발 동세서점(東勢西漸)은 거세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13년 전쟁은 미 일극주의의 붕괴 과정이다. 잃은 것은 달러·파워·권위요, 얻은 것은 염전(厭戰) 여론이다. 전쟁 비용은 1조4900억 달러다(미 방위정보센터). 장래 참전군인의 치료·보상비를 합치면 4조~6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하버드대 연구 결과도 나왔다. 나라 곳간이 비고, 재정 재건 근본주의가 득세할 수밖에 없다. 연방 정부의 자동예산삭감(시퀘스터) 조치는 그 산물이다. 국민의 53%는 세계 리더로서의 미국 역할에 소극적이다. 퓨리서치센터의 40년 조사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미국의 세계권력 축소(Geopolitical Taper)라는 말이 정곡을 찌른다.

 오바마 행정부가 13년 전쟁 후의 새 군사 전략과 국방 개혁을 지난주 선보였다. 4개년 국방전략 검토 보고서(QDR)다. 초긴축 시대의 축소 지향 미군상이 뚜렷하다. 국방비 삭감이 몰고 온 일대 전환이다. 2012년(회계연도)부터 10년간 국방비 삭감액은 4870억 달러(약 520조원)다. 예산통제법에 따른 조치다. 여기에 시퀘스터가 내년부터 적용되면 별도로 매년 국방 예산을 500억 달러 줄여야 한다. 전력 감축은 불가피하다. 지상군은 52만 명에서 44만~45만 명으로 준다. 1940년 이래 최소 규모다. 전쟁이 나도 아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점령전 형이 아닌 아버지 부시의 이라크 패퇴전 형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력 축소는 글로벌 전략의 변화를 불렀다. 4년 전엔 2개 전장(戰場) 동시 승리 전략의 명맥을 유지했다. 이번엔 한 지역의 침략국 목표를 억제(deny)하면서 다른 지역의 적을 패퇴시키는 쪽으로 바뀌었다. 동북아와 걸프 지역에서의 동시 승리전략은 종지부를 찍었다. 한 지역의 억지와 한 지역의 승리다. 선택과 집중이다. 핵무기 배치 이래 최대의 군사전략 변화라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은 사활적 이익이 걸려야 대외 군사 개입에 나설지 모른다. 미국의 동맹 강화 전략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동맹을 통해 전력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다. 보고서가 파트너십 혁신을 생명선이라고 하면서 군사 주둔의 새 패러다임을 언급한 점은 주목거리다. 동맹 결속과 임무의 분업화가 속도를 낼 듯하다. 미국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추동하는 축은 긴축의 군사전략이다.

 오바마의 국방 개혁은 박근혜 정부의 국방개혁과 맞물려 돌아간다. 한국도 긴축 개혁안이다. 육군 병력이 49만여 명에서 38만여 명으로 준다. 주한미군은 붙박이군이 아닌 순환군 성격이 강해질 것이다. 유사시 미군 증원이 과거 같지 않은 구조하의 병력 감축은 안보의 새 도전 요인이 될지 모른다. 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한국군 전환이 더 미뤄져도 지금 같지는 않을 것 같다. 계산서가 따라붙고 한미연합사 운용의 변화나 미군 전력의 군살빼기가 예상된다. 하지만 전작권을 가진 미군만 주둔하면 된다는 우리 내부의 미군 의존 타성은 강하다. 응석의 심리는 동맹 진화와 강군 건설의 장애물이다. 3군 간 벽도 여전히 높다. 육·해·공군은 각개 약진이다. 3군 합동성 강화 구조나 유사 기능 통합은 긴축 시대의 창조 경제다. 내부 개혁을 다그치면서 새 전략 환경에 발맞춰 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우리 군에 주어진 통일 기반 구축 과제다.

오영환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