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갯바람 부니 풍도바람꽃이 술렁, 춤바람 났대요

(1) 서해의 작은 섬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도바람꽃이 흐드러졌다. 섬 주민들에 따르면 풍도바람꽃은 다음 주까지 절정이고 이달 말이면 시든다.

늦추위가 봄꽃을 시샘하던 지난 6일 서해의 작은 섬 풍도로 들어갔다.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풍도바람꽃과 다채로운 야생화 군락을 보기 위해서였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봄꽃이 움츠러들지나 않았을까 마음을 졸이며 배를 탔다. 그러나 오가는 계절에 호들갑 떠는 건 사람뿐. 꽃들은 양지바른 산자락에 의연하게 피어 있었다.

(2) 꽃받침이 꿩의 목덜미를 닮은 꿩의바람꽃. (3) 풍도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복수초. (4) 노루의 귀처럼 솜털이 보송보송한 노루귀. (5) 꽃잎이 연초록색인 풍도대극.
변산보다 화려한 풍도바람꽃 군락

꽃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이들에게 불문율이 하나 있다. 촬영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야생화를 찾아 전국의 산과 들을 헤집은 통에 꽃이 몸살을 앓고 있어, 이를 막자는 뜻에서 촬영지를 세세하게 알리지 않는 거다. 그럼에도 하릴없이 장소부터 던져놓아야 겠다. 풍도 그리고 풍도바람꽃. 가장 화려한 봄을 맞은 서해안의 작은 섬과 그 섬에만 사는 꽃이다.

흔히 변산바람꽃으로 알고 있지만, 이맘때 풍도에서 피는 꽃은 변산바람꽃이 아니다. 변산바람꽃보다 꽃잎이 더 크고 모양이 다르다. 한 식물학자가 2009년 변산바람꽃과 다른 종이라며 ‘풍도바람꽃’으로 등록했고,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가 공식 인정했다. 국립수목원 양종철 임업연구사는 “풍도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식생으로, 아직 이견이 있긴 하지만 변산바람꽃이 아닌 풍도바람꽃으로 부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풍도 선착장에 닿자마자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섬 중앙의 후망산(175m)으로 올랐다. 수령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를 지나 10분쯤 걸었을까. 땅바닥이 소금을 뿌려놓은 듯이 군데군데 희끗희끗했다. 풍도바람꽃 군락지다. 녀석들은 청초한 모습으로 바람 부는 대로 군무를 추었다. 거무튀튀한 낙엽 위에 눈송이가 쌓인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사람들은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예쁜 자태의 꽃을 발견하면 산삼이라도 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이틀 전 전북 부안 변산반도에서 변산바람꽃을 보고 왔다는 정홍준(65)씨는 “소문 듣고 왔는데, 이 정도인지는 몰랐네요. 풍도 것들이 크기도 크고 군락을 이룬 모습이 훨씬 압도적입니다”라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풍도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지만 섬 사람들은 예전만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풍도가 야생화 군락지로 소문 나기 시작한 2007년부터 카메라 둘러맨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수난이 시작됐다. 이경우(65) 풍도 새마을지도자는 “꽃을 감상하는 건 좋지만 뽑아가거나 사진을 찍은 뒤 발로 뭉개는 사람도 있다”며 “작년부터 감시를 강화하고 캠페인도 벌였지만 풍도바람꽃의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노루귀·꿩의바람꽃도 지천으로 피어

풍도는 주민 11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섬이 가장 분주해지는 건 3월 중순 무렵이다. 지난해에는 3월에만 1000명 이상이 찾았다. 대부분 야생화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이다. 오전 10시 반에 섬에 들어와 두 시간 동안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다시 배를 타고 섬을 나가는 사람도 많다. 이날 풍도 들어가는 배에도 인천 사진동호회 회원 10여 명이 있었다.

이맘때 풍도에는 풍도바람꽃만 있는 게 아니다. 복수초는 산수유도, 개나리도 댈 수 없는 진노랑색을 자랑했다. 지금 풍도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으로, 시골길에 소가 싸지른 똥처럼 아무렇게나 툭툭 피어 있었다.

줄기에 난 보송보송한 솜털이 매력적인 노루귀는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보통 풍도바람꽃보다 1~2주 늦게 피는데, 수줍게 분홍 꽃잎을 연 모습도 아름다웠다. 꿩의바람꽃은 풍도바람꽃과 같은 미나리아재빗과 식물로, 노루귀처럼 줄기에 솜털이 있다. 언뜻 보면 선인장처럼 생긴 풍도대극은 풍도에서도 가장 바람이 거센 북쪽 산자락에 피어 있었다.

허리를 잔뜩 숙인 채 꼬부랑할머니 자세를 하고 혹여 꽃을 밟을까 까치발로 걸으며 야생화를 찾는 일은 힘에 부쳤다. 산 곳곳에 가시덤불이 많아 헤치고 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하나 갓 피어난 봄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봄의 기운이 벅차게 전해졌다. 저 홀로 피지 않고, 잔뜩 힘을 비축했다가 뭉텅이로 피어나는 녀석들은 시린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하는지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알고 보면 풍도에는 꽃 말고도 누릴 것이 넉넉하다. 봄에는 산나물과 산약초가 좋다. 이번에 ‘기동이네 민박’에서 묵었는데, 민박집에서 차려준 백반 밥상에 향긋한 사생이나물과 소리쟁이, 산더덕 무침이 나왔다. 자연산 굴과 꽃게탕도 먹었다. 가격은 6000원밖에 하지 않았다. .

풍도는 호젓한 휴식을 누리기에도 좋은 섬이다. 몽돌해변이 있어 여름에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좋아 보였다. 이경우씨는 “최근에는 (야영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1박 이상의 여행인) 백패킹을 하러 섬에 들어오는 사람도 늘었다”고 자랑했다.

여행정보=경기도 안산 풍도로 들어가려면 하루에 한 번 뜨는 배를 타야 한다. 오전 8시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해, 오전 9시 대부도 방아머리항을 들렀다가 오전 10시30분 풍도에 들어간다. 이 배가 섬에 두 시간 정박했다가 오후 12시30분 출발한다. 두 시간 정박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도리 없이 섬에서 하룻밤 묵어야 한다. 출항 여부는 당일 오전 7시쯤 알 수 있다. 한국해운조합 홈페이지(island.haewoon.co.kr)에서 예약할 수 있다. 인천 출발 어른 1만4960원(편도). 대부도 출발 어른 1만3600원. 032-887-6669. 풍도에는 기동이네민박(032-833-1208) 등 민박집 10여 곳이 있는데 대부분 식당을 겸한다. 숙박 5만원, 식사 6000원. 방문객은 환경 보호를 위해 섬에서 거두는 쓰레기 수거 비용(1인 3000원)을 내야 한다. 일종의 입장료다.

글=최승표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