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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제주올레 쏙 닮았어, 당신도 올래?

지난해 12월 개장한 규슈올레 고코노에·야마나미 코스의 모습. 해발 고도 900m에 이르는 한다고원을 가로지른다. 정면에 보이는 설산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구주연산이다.

규슈올레가 3차 개장했다. 이번에 4개 코스가 추가되면서 일본 규슈(九州)에는 모두 12개 코스의 규슈올레가 생겼다. 12개 코스 전체 길이는 152.7㎞에 이른다.

규슈올레 3차 코스는 지난해 12월 14∼15일과 지난 1∼2일 2개씩 나뉘어 개장했다. 지난해 ▶오이타(大分縣)현 고코노에·야마나미(九重·やまなみ) 코스(12.2㎞) ▶사가(佐賀)현 가라쓰(唐津) 코스(11.2㎞)가 열렸고 ▶사가현 우레시노(嬉野) 코스(12.5㎞) ▶후쿠오카(福岡)현 무나가타·오시마(宗像·大島) 코스(11.4㎞)가 최근 열렸다. 모두 47.3㎞다.

지난 2012년 2월 1차 개장 이래 규슈올레는 해마다 4개 코스씩 열렸다. 첫 개장에서 ▶사가현 다케오(武雄) 코스(14.5㎞) ▶오이타현 오쿠분고(奧豊後) 코스(11.8㎞) ▶구마모토(熊本)현 아마쿠사·이와지마(天草·維和) 코스(12.3㎞) ▶가고시마(鹿兒島)현 이부스키(指宿) 코스(20.4㎞) 등 4개 코스 59㎞가 개장했다. 지난해 2월 2차 개장에서는 ▶나가사키(長崎)현 히라도(平戶) 코스(13㎞) ▶구마모토현 아마쿠사·마쓰시마(天草·松島) 코스(11.1㎞) ▶미야자키(宮崎)현 다카치호(高千穗) 코스(12.3㎞) ▶가고시마현 기리시마·묘켄(霧島·妙見) 코스(11㎞) 등 4개 코스 47.4㎞가 새로 열렸다.

규슈에는 7개 현(縣·우리나라 ‘도’에 해당)이 있다. 현 단위로 규슈올레 분포를 살피면 사가현이 3개, 오이타·가고시마·구마모토현이 각 2개, 나가사키·미야자키·후쿠오카현이 각 1개가 있다. 이번 3차 개장에서 후쿠오카현도 규슈올레를 배출하면서 규슈올레는 규슈 7개 현을 아우르는 관광 브랜드가 됐다. 규슈올레는 각 현이 길을 조성하면 규슈관광추진기구와 ㈔제주올레가 심사해 선정한다.

규슈관광추진기구 이시하라 스스무(石原進) 회장은 지난달 28일 규슈올레 선정 지역 협의회 발족식에서 “지난해 11월까지 한국인 3만 명과 일본인 1만 명이 규슈올레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날 발족한 협의회에서 다케오시 히와타시 케이스케(?渡啓祐) 시장이 초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개장 2년 만에 규슈올레를 전담하는 지역 협의회가 출범한 건 의미 있는 발전이다.

규슈올레는 올레 이름뿐 아니라 이정표도 그대로 활용한다. 간세·화살표·리본 등이 길목마다 놓여 있다. 규슈관광추진기구는 업무 제휴비 명목으로 해마다 100만 엔(약 1000만원)을 ㈔제주올레에 지불한다.

week&은 국내 신문 중에서 유일하게 규슈올레 12개 코스 개장식에 모두 참석했다. 이번에도 4개 코스를 다 걸었다. 3년째 걷고 있는 규슈올레는 해마다 제주올레를 더 닮아가고 있었다. 새로 개장한 규슈올레 4개 코스를 소개한다.

우레시노 코스는 차밭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지난 1일 걸었을 때 마침 매화가 한창이었다.

차밭·온천 많은 우레시노, 제주 닮은 해녀섬 오시마
새로 생긴 규슈올레 4개 코스


week&은 규슈올레가 개장할 때마다 개장식에 참석했던 여행사와 함께 코스 평가를 진행했다. 각 코스의 난이도, 편의시설, 여행상품으로의 가치 등을 점수로 매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2개 코스씩 분산 개장하면서 여행사와 공동 평가하는 데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해 12월 개장식에 참석한 여행사와 2주일 전 개장식에 참석한 여행사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여 이번에는 규슈올레 상품 정보 없이 4개 코스를 소개한다. 


꿈의 대현수교
대자연을 걷다 … 고코노에·야마나미 코스

오이타(大分)현 고코노에·야마나미(九重·やまなみ) 코스는 눈보라 휘날리던 지난해 12월 14일 개장했다. 고코노에, 즉 구주산(九重山)은 한국 산악회가 특히 좋아하는 산이다. 규슈 최고봉 구주산(1791m)은 해발 800∼1700m 봉우리 10여 개가 이어져 있어 마루금(산 정상을 연결한 선) 산행이 가능하다. 하여 구주산은 한국에서 고코노에 야마나미(連山), 다시 말해 구주연산으로 더 익숙하다.

그 구주연산에 규슈올레가 났다. 이름도 구주연산 코스다. 산악회처럼 구주연산 마루금을 걷는 게 아니라, 구주연산 아래 기슭 해발 800∼900m 한다(飯田)고원 일대 12.2㎞를 걷는다. 한다고원은 규슈 최대의 산악 국립공원인 아소구주(阿蘇九重) 국립공원 안에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지리산둘레길을 떠올리면 쉽겠다. 지리산 능선 종주를 하는 산악회와, 지리산 아래 자락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도보여행자가 따로 있으니까 말이다. 지리산둘레길은 그러나 지리산국립공원 바깥으로 나 있다.

구주연산 코스는 설악산이나 대관령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드넓은 초원이나 우뚝 솟은 봉우리는 광대한 대자연의 풍광을 펼쳐 보였다. 길 초입의 ‘꿈의 대현수교’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길이 390m 높이 173m의 현수교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다리로는 높이와 길이 모두 일본 제일의 현수교다.

길은 평온했다. 고원 지대를 걸었지만 대체로 평탄해 걷는 부담도 덜했다. 길의 하이라이트는 길 막바지의 초자바루·다데와라(長者原·ダデワラ) 습원이었다. 멀찍이 서 있는 구주연산을 배경으로 광활한 억새 초원이 펼쳐진 장면은 장관이었다.

짤막 평가

고코노에·야마나미 코스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와 가까이 있다. 구주연산을 오르는 한국인의 발길을 산 아래로 돌릴 수 있으면 성공이다. 온천 명소 유휴인(由布院)과 벳푸(別府)도 가까이 있다. 구주연산 남쪽 기슭에 규슈올레 오쿠분고(奧豊後) 코스가 있다

가라쓰 코스 종착점에 있는 소라구이 포장마차촌 내부 풍경.

가라쓰 코스 개장식에 참석한 일본 아이들
아픈 역사를 되밟는 길 … 가라쓰 코스

지난해 12월 15일 개장한 사가(佐賀)현 가라쓰(唐津) 코스는 의미가 남다른 길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 침략을 위해 축조한 나고야(名護屋)성 터를 가로지르는 길이어서다. 일본은 왜 이 민감한 지역에 한국에서 들여온 길을 냈을까, 왜 ㈔제주올레는 이 치욕의 현장에 규슈올레를 허락했을까.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의 대답은 의외로 싱거웠다. “길은 걷기에 좋은 길과 그렇지 않은 길만 있을 뿐이다.” 역사에 얽매이다 보면 걷기여행 본연의 의미를 놓칠 수 있다는 말이었지만, 아픈 역사도 우리 역사라는 뜻도 함께 읽혔다. 규슈관광추진기구 관계자들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짐작되는 바가 없는 건 아니다. 일본은 이미 규슈올레가 한국인만을 위한 관광자원이 아니라고 생각을 정리한 듯싶다. 가라쓰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역사탐방 같은 경우가 아니면 거의 없다. 반면에 일본에서 가라쓰의 나고야성이 갖는 의미는 실로 크다.

가라쓰의 나고야성은 일본에서 ‘히젠(肥前) 나고야성’으로 불린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가라쓰 히젠 지역에 성을 쌓으면서 제 고향인 나고야(名古屋)와 같은 이름(가운데 한자만 다르다)을 붙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각별한 군사시설이었다. 전체 면적이 1650㎡(50만 평)나 되는 히젠 나고야성은 국가 특별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전체 길이 11.2㎞에 이르는 가라쓰 코스의 절반 정도가 나고야성 터 안과 밖을 맴돈다. 나머지 후반은 바다올레다.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길이 펼쳐져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바다가 현해탄이다. 종착점 포장마차촌에서 먹은 소라구이 맛은 잊을 수 없다.

짤막 평가

길은 아름답다. 코스도 짧은 편이고 가파른 곳이 없어 걷기에도 편하다. 그러나 일본의 비경을 찾아냈다고 호들갑 떨고 싶지는 않다. 아픈 역사도 역사라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기 때문이다. 이태 전 개장한 사가현 다케오 코스보다 교통도 불편하다.

우레시노 코스 막바지에 있는 제방길. 우리의 청계천을 닮았다.

지역 공무원의 눈물겨운 노력 … 우레시노 코스

사가현 우레시노(嬉野) 코스는 이번에 개장한 4개 코스 중에서 우여곡절이 가장 많았다. 원래는 지난해 12월 개장할 계획이었으나, 개장을 앞두고 최종 점검에 나선 안은주 국장이 “이 상태로는 안 된다”며 개장을 반대했다. 규슈올레 3차 코스가 지난 연말과 이달 초 2개씩 나뉘어 개장한 데는 우레시노 코스의 막판 실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종 점검에서 탈락한 뒤 우레시노시 관광과 공무원은 소위 ‘멘붕’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미 우레시노는 지난해 2월 2차 개장 때 신청했다가 탈락한 경험이 있었다. 3차 개장 때는 본선에 진출해 성공하는가 싶었는데 막판에 틀어진 것이다. 일본 3대 미용온천이 있고, 일본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차(茶)의 고장인 우레시노가 왜 규슈올레는 번번이 실패하는지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우레시노시 공무원은 처음부터 길을 다시 냈다. 한없이 차밭만 이어지던 길을, 숲을 지나고 마을을 지나도록 조정했다. 포장도로가 많다는 지적을 피하려고 옛날에 벌목한 나무를 운반하던 산판도로를 복원해 길을 이었다. 그렇게 해서 12.5㎞의 우레시노 코스가 탄생했다. 이로써 사가현은 규슈의 7개 현 중에서 유일하게 규슈올레를 3개나 거느리게 됐다.

드넓은 차밭은 우레시노 코스가 자랑하는 풍광이다. 그러나 울창한 삼나무들 사이를 통과하는 숲길이 더 인상에 남았다. 길 후미 서울의 청계천을 닮은 2㎞ 남짓한 제방길은 시멘트 바닥인 데다 너무 길어 지루했다.

짤막 평가

규슈올레 12개 코스 중에서 지방 공무원이 가장 공을 들인 코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막판까지 길을 다듬느라 아직 정비가 덜 된 구간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지도에는 길이가 12.5㎞로 나와 있지만, 걸으며 잰 거리는 14.8㎞였다. 개장 직전까지 코스를 수정한 탓이리라.

무나가타·오시마 코스 초입에 있는 나카스미야 신사. 여신을 모시고 있다. 아래는 풍차 전망대.

외딴섬에 길 하나 … 무나가타·오시마 코스

2012년 2월 규슈올레를 처음 연 이래 규슈관광추진기구에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2차 개장까지 규슈올레가 모두 8개나 생겼는데, 규슈의 중심인 후쿠오카(福岡)는 아직 규슈올레가 없었기 때문이다. 후쿠오카가 규슈올레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여러 번 신청을 했지만 매번 심사에서 떨어졌다.

하여 지난 2일 개장한 후쿠오카현 무나가타·오시마(宗像·大島) 코스는 후쿠오카 최초의 규슈올레라는 데 의의가 있다. 후쿠오카에 규슈올레가 있다는 건 한국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주말이면 한국인 1만 명이 들어갈 만큼, 후쿠오카는 한국과 친숙한 도시다.

무나가타·오시마 코스는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유난히 좋아한 코스다. 서 이사장은 “무나가타는 일본 해녀의 고장이고 오시마는 섬인 데다 더욱이 여자의 섬”이라며 “제주올레와 공통점이 정말 많은 코스”라고 강조했다. 공통점은 또 있다. 제주의 몸국처럼 오시마도 모자반을 국으로 끓여 먹고 있었다.

무나가타·오시마 코스는 무나가타시에 속한 오시마란 섬에 난 트레일이다. 이미 아마쿠사(天草)에 이와지마(維和島) 코스와 마쓰시마(松島) 코스가 있어 최초의 섬 규슈올레는 아니지만, 무나가타·오시마 코스는 배로 들어가는 유일한 규슈올레다. 페리로 약 25분이면 오시마에 닿는다.

인구 900명이 전부인 작은 섬을 크게 한 바퀴 돌며 길이 나 있다. 길이 시작하자마자 나카쓰미야(中津宮)라는 신사가 나오는데 일본 창건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중 한 명을 모시고 있다. 서명숙 이사장이 오시마를 “여자의 섬”이라고 표현한 까닭이다.

짤막 평가

후쿠오카 최초의 규슈올레이지만 접근성이 좋은 건 아니다. 무나가타시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1시간 거리이지만, 오시마는 하루 다섯 번 뜨는 배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길 초입 40분 가까이 산행을 감내하면 나머지 길은 어렵지 않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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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