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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코리아 '강남'서 왔소, 아이디어 팔러 왔소

한국 스타트업 기업 직원들이 11일(현지시간) SXSW 한국관 앞에서 플래시몹 공연을 하고 있다. 미국에 처음 오는 사람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세계 무대에 설 땐 주저함이 없었다. [최준호 기자], [오스틴 AP=뉴시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 이유도 없어 진심이 없어. 사랑 같은 소리 따윈 집어치워~’.

 11일(현지시간) 오후 4시 세계 최대의 창조산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14’가 벌어지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컨벤션센터. 스타트업(소규모 신생기업)의 아이디어를 사고파는 ‘트레이드 쇼’ 전시관 한쪽에서 K팝 가수 지드래곤의 노래 ‘삐딱하게’가 울려 퍼졌다. 전시에 열중하던 한 무리의 동양인들이 갑자기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전시회를 둘러보던 참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플래시몹을 펼친 사람들은 전시회에 참여한 한국의 10개 스타트업 임직원이었다.

세계적 팝스타 레이디 가가도 깜짝 방문해 박재범 등 한국가수들의 공연을 관람했다.(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감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해외 도피 후 처음으로 영상 대화에 나서 관심을 끌었다(아래). [최준호 기자], [오스틴 AP=뉴시스,뉴스1]
 한국의 청년 창업가들이 오스틴에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매장용 음악 서비스업체인 원트리즈뮤직의 노종찬(30) 대표와 모바일기기에서 종이접기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다섯시삼십분의 정상화(38) 대표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최근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기업가정신센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진행한 ‘콘텐츠코리아 랩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에 응모해 12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우수팀이다.

 이들은 9일 시작한 SXSW 트레이드쇼에 ‘강남에서 온 괴짜들(Geeks from Gangnam)’이란 별명의 한국관을 차리고 기업 알리기에 나섰다. 대부분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덕분인지 방문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흰색 부스 벽에 ‘이봐 월마트, 날 좀 봐(Hey Walmart, Look)’라는 도전적인 문구를 써 놓은 원트리즈뮤직은 10일 실제로 월마트 본사 마케팅 담당자의 방문을 받았다. 이 담당자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월마트에 꼭 맞는 아이템이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니 등 음악 관련 기업 담당자들도 찾아와 음원을 제공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원트리즈뮤직은 2012년부터 인터넷을 기반으로 롯데마트와 커피빈 등 한국 내 80개 브랜드 1만여 개 매장에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멜론과 같은 적잖은 기업이 이미 매장음악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원트리즈뮤직은 저작권이 개방됐거나 만료된 전 세계 음악을 모아 서비스하면서 동시에 각 매장에 어울리는 기업 광고까지 끼워 제작하는 노하우를 개발했다.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할인점이 매장 내 배경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로 연간 1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급해 온 점에 착안했다. 노 대표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한국에서도 반응이 좋지만 우리가 정말 꿈꾸는 무대는 한국이 아니라 세계”라고 말했다.

 다섯시삼십분 매장에는 피터 베스터바카가 빨간색 앵그리버드 후드티를 입고 직접 찾아왔다. 모바일게임 앱 앵그리버드 제작사인 로비오의 창업자인 그는 “게임이 폭력적이지 않고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호평했다. 베스터바카는 “사업 파트너를 삼고 싶다”며 즉석에서 로비오 한국법인과 회의 약속까지 잡았다. 영화제작사 워너브러더스의 에릭 존스 이사도 찾아와 자사 캐릭터인 배트맨과 수퍼맨을 종이접기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고 제의해 왔다.

 다섯시삼십분은 종이접기 앱 ‘렛츠 폴드(Let’s fold)’를 내놨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에 특정 형태가 그려진 색종이를 띄운 뒤 손가락으로 접어 완성해 나가는 게임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종이접기 게임이 나오지만 갈수록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고난이도의 모양이 나오는 교육과 오락을 겸하는 게임이다. 이달 3일 네이버 모바일 게임존에 시험용 버전을 올렸는데 벌써 1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는 SXSW 행사 시작과 동시에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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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개 스타트업 중 하나인 쉐어하우스의 배윤식(35) 대표는 부스를 설치해 회사를 알리는 대신 SXSW 전시장과 콘퍼런스를 이 잡듯 뒤지는 쪽을 택했다. 배 대표와 함께 전시회가 열리는 컨벤션센터의 북쪽 맞은편 힐튼호텔을 찾았다. 이곳 4~5층은 SXSW에 참가한 스타트업 기업이 콘퍼런스와 정보 교환을 하는 공간이다. 4층 메인홀에 들어서자 남대문시장통의 호객행위보다 더 시끄러운 소음이 들렸다. 넓지 않은 공간에 수십 개의 조그만 원탁 테이블이 놓여 있고, 테이블마다 회사 깃발을 올린 사람들이 경쟁하듯 목에 핏대를 올리며 무언가를 설명한다. 주최 측이 스타트업에 회사를 알릴 기회를 주는 ‘2분 스피치’ 공간이었다.

 사진 공유 서비스인 쇼토를 운영한다는 인도계 미국인 펄킷 아그라왈은 “잠깐만 우리 회사 얘기를 들어보라”며 다가와 숨 쉴 틈도 없이 회사 소개를 했다. 회사를 알리는 데 쑥스러움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바로 옆 콘퍼런스룸에는 ‘입소문 잘 내는 방법’이란 제목의 선배 기업인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배 대표는 “외국 창업 관계자와 네트워크를 쌓고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는 일도 회사 홍보 이상으로 중요하다”며 “성공한 선배 창업가와 벤처투자자·스타트업이 한데 모여 교류할 수 있는 미국의 창업환경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SXSW 참가는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가 단독으로 7개 스타트업을 이끌고 행사에 참가했다. 이나리 기업가정신센터장은 “SXSW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나 소비자가전전시회(CES) 등과 달리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 주인 노릇을 하고 그 대접을 받는 창조산업 페스티벌”이라며 “한국 청년 창업가들이 틀 속에 갇혀있지 않고 능동적으로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스틴=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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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