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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규야, 빨리 왼쪽!" 외침 덕에 보이지 않아도 길이 보여요

시각장애 최보규(오른쪽)와 가이드 서정륜. [뉴시스]
패럴림픽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고 메달도 함께 받는 종목이 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시각장애 부문이다. 이 종목의 한국 대표 최보규(20)와 가이드러너 서정륜(24)은 같은 꿈을 꾸며 2014 소치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했다.

 신생아 때 산소 과다투입으로 망막이 손상돼 시력을 잃은 최보규는 1년 전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시작했다. 남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기량이 빨리 늘었다. 지난달 장애인 겨울체전에서 2관왕에 오르며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그런 최보규의 곁에 서정륜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경기가 시작되면 가이드 서정륜은 최보규의 눈이 된다. 최보규보다 앞에서 달리며 코스 상태를 알려주고 속도 조절도 지시한다.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은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빨리” “왼쪽” 등 소리를 질러 의사소통 한다. 빠르게 코스를 내려오는 알파인스키는 무전장비를 활용한다. 선수와 가이드 사이의 호흡이 중요하다. 엄격한 대표팀 분위기 때문에 최보규는 가이드러너를 “코치님”이라고 예우하고, 서정륜은 네 살 아래인 최보규에게 편하게 반말을 하지만 둘은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친밀하다.

 서정륜은 비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최보규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시작한 뒤 가끔 지도를 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최보규의 가이드가 돼 소치 패럴림픽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최보규 못지않게 서정륜도 가슴 설레며 소치에 왔다. “올림픽에 너무 출전해보고 싶었다”는 서정륜은 국가대표가 못 된 한을 패럴림픽에서 풀었다. 패럴림픽은 시각장애 선수와 함께 출전한 가이드에게도 똑같은 메달을 수여한다. 시상대에도 같이 오른다. 최보규는 12일 열린 1㎞ 스프린트에서 출전선수 18명 중 17위에 머물렀다. 아직 세계 수준과 격차가 있지만 4년 뒤 평창 패럴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알파인 스키의 양재림(25)의 곁에도 가이드 이지열(28)이 있다. 양재림은 12일 열린 여자 회전 시각장애 1차 레이스에서 기문을 놓쳐 완주하지 못했다. 이지열은 양재림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양재림은 “아쉽지만 남은 대회전(16일)에서 메달에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소치=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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