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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나의 보일러 씨

나의 보일러 씨 - 서숙희(1959~ )


1

그는 밤이면 버튼 하나로 내게 온다

둥근 털실뭉치에서 실이 풀려나오듯

볼볼볼

둥글고 부드러운 자음과 모음으로

달큰한 살 냄새로

그가 내 옆에 누우면

적막의 굳은살이 뭉긋이 풀려나고

충혈된 허파꽈리도 명치 아래서 잠든다

2

몸의 길 환히 열리어

나, 그 속에서 오롯한데

누군가에 의해 몸 하나가 덥혀진다는 것

쓸쓸한, 날것의 속성

내 몸의 이 허기


고운 햇살 사이를 오가는 바람인데도 제법 매섭네요. 토라져 심술부리는 얼굴 예쁜 여자아이처럼요. 한겨울 내내 버튼 하나로 내게 와주던 보일러씨를 아직 보내면 안 되겠어요. ‘둥근 털실 뭉치에서 실이 풀려나오듯’ 호스를 타고 풀려나오는 온기. 그것으로 꽁꽁 얼었던 지난 겨울밤을 노곤하게 데워주던 고마운 보일러씨. ‘볼볼볼’이란 의성어 같은 의태어로 더 따스하고 정겹게 다가오는 오래된 사랑. 너무 뜨거워 부담스러운 불불불이 되어서도, 너무 차가워 이를 갈아야 하는 벌벌벌이 되어서도, 허리를 껴안아도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하는 빌빌빌이 되어서도 안 되는, 동글동글, 몽실몽실 만나면 ‘몸의 길 환히 열리어’ ‘그 속에서 오롯’해지는 내게 딱 맞는 사랑. 제대로 만난 자음과 모음의 찰떡궁합. 간혹 봄봄봄으로도 읽히는 ‘볼볼볼’이 이 시조를 사랑스럽게 만듭니다. 볼볼도 아니고 볼볼볼볼도 아닌 ‘볼볼볼’. 삼삼한 3음보라서 더 사랑스럽습니다. 그 3음보로 지어지는 시조라서 더 사랑스럽습니다. <강현덕·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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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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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