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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최선 정신 물려받아 신소재 도전"

12일 부산시 신평동 동성화학 본사에서 열린 고백제갑 회장 20주기 추도식에서 백정호 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중학생 시절 우연히 소파에 앉아 깊은 고민에 잠긴 아버님을 뵌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활기 넘치던 모습이기에 이날은 매우 낯설었지요. 그때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막연하게나마 깨달았습니다.”

 12일 부산시 신평동에 있는 동성화학 본사. 이 회사 백정호(56) 회장은 창업자이자 부친인 고(故) 월천(月泉) 백제갑(1927~94) 회장 20주기 추도식에서 ‘고뇌하던 경영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백 회장은 “돌이켜보니 오일쇼크로 유가가 치솟아 회사가 난관을 만났던 상황”이라며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선대 회장은 ‘정심최선(正心最善, 바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못할 것이 없다)’을 되뇌셨다”고 회고했다.

 백제갑 회장은 부산을 70~80년대 ‘신발 왕국’으로 만든 주역이다. 평안북도 의주 출생으로 한국전쟁 이후 부산에 정착해 59년 동성화학공업사(현 동성화학)를 세웠다. 처음엔 고무장화·고무장갑 등을 만들다가 당시 일본 수입에 의존하던 신발용 접착제를 국산화했다. 최초의 국산 골프공인 ‘팬텀 골프공’을 만들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처우·복지를 제공해 동성은 ‘부산의 삼성’으로 꼽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인은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어려운 사정을 겪는 이웃 얘기를 들으면 언제든 손을 내밀었다. 폐렴 투병 중인 아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택시 강도를 저지른 범인을 사원으로 채용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고인이 이사장을 맡아 77년 6월 개설한 한국경로의원 개원식에는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기도 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월천문예대상’을 86년 제정해 지금까지 2000명이 넘는 수상자를 배출했다.

 2세 경영인인 백정호 회장은 동성그룹을 화학·그린에너지·바이오의료 분야로 확장시켰다. 지난해 매출은 8700억원가량. 특히 독일 바스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멜라닌폼 소재를 상용화했다. 멜라닌폼은 무게가 가볍고 쿠션감이 탁월해 차세대 단열·흡음재로 조명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1조원대, 2020년까지 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안대희 전 대법관,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과 유족·임직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고인과 40년 넘게 인연을 쌓아왔다는 안 전 대법관은 “월천 회장은 불우 청소년을 지원하는 부산BBS연맹 회장, 부산경찰청 청소년 선도위원 등을 지내면서 축재(蓄財)보다는 용재(用財)의 덕을 보여준 바른 기업인”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상재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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