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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힘 빠지는데 엉거주춤한 일본은행 총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동일본 대지진 3주기 하루 전인 10일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안전기준을 만족시킨 원자력 발전소에 한해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상수지 적자의 주범인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서다. 무역과 경상수지의 적자는 아베노믹스의 대표적인 위기 증상으로 꼽히고 있다. [도쿄=블룸버그통신]


‘일본은행(BOJ) 관성(Intertia)’. 어떤 정책이 일단 정해지면 고수하려는 BOJ의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11일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그 성향이 재확인됐다. 이날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는 성명서에서 “해마다 국채 등을 60조~70조 엔(약 615조~718조원)어치 사들이면서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예상한 양적완화(QE) 확대나 한 달 전처럼 기업에 제공하는 특별금융 증액은 없었다.

통화정책결정회의서 "정책 유지"
전문가들 "9월 말 전 2차 양적완화"



 구로다의 경기 진단이 조금 바뀌기는 했다. 그는 일본 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전망을 한 단계 높였다. 산업생산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다만 수출시장 수요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로다의 기존 QE 유지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사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4명 가운데 33명이 기존 정책 유지를 내다봤다. 단 한 명만이 QE 확대를 예측했다. 비록 소수설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분위기가 시장 한쪽에 자리 잡긴 했다. 최근 일본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7%(연율)에 그쳤다. 지난해 1·2분기엔 4% 넘게 성장했다. 올 1월 경상수지 적자는 기록상 사상 최대였다. 또 4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있다.



 더욱이 ‘아베노믹스 행동대장’ 구로다가 무제한 QE를 시작한 지 한 돌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는 지난해 4월 4일 무제한 자산매입(QE)을 시작했다. 1차 목표는 만성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 물가를 부추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6%에 이른 뒤 올 1월엔 1.4%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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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화 가치도 한때 1달러당 110엔 선까지 내려갈 듯했지만 101~105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구로다 QE가 엔화 값마저 충분히 떨어뜨리지 못한 셈이다. 그 바람에 구로다 QE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QE의 아버지’ 리하르트 베르너 영국 사우스햄프턴대 교수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BOJ의 QE가 공격적인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BOJ 자산 규모는 2007년과 견줘 두 배 정도 늘었을 뿐이다. 그사이 미국과 영국은 네 배 이상 늘었다. 일본 은행권에서 자금이 뻥튀기(신용창출)될 때 종잣돈인 본원통화 증가도 지지부진하다. 올 2월 현재 본원통화는 202조 엔 수준이다. 구로다가 무제한 QE를 선언한 1년 전보다 45조 엔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구로다 계획대로라면 80조 엔 정도 늘었어야 했다.



 여러모로 아베노믹스의 김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하는 정책은 시원찮다. 수요를 늘리기 위한 임금 인상도 지지부진하다. 공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완화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구로다가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도 있는 타이밍이었지만 그는 결정적 순간에 브레이크에 발을 얹었다. 비슷한 순간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과감했다. 그는 미 경제의 회복 모멘텀이 약해지는 조짐이 나타나자 2012년 9월 전격적으로 무제한 QE를 선언했다.



 그렇다면 구로다는 언제쯤 행동에 나설까.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담당 이코노미스트 34명 가운데 25명이 “BOJ가 9월 말 이전에는 추가 QE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13명은 “6월 말 이전에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요즘 일본 경제 흐름대로라면 그땐 아베노믹스 모멘텀이 더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마쓰시타 야스오(松下康雄) 당시 BOJ 총재의 1994년 실수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시 마쓰시타는 QE를 이단적인 정책이라며 채택하지 않았다. 기존 정책논리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만을 고집하다 결국 일본 경제를 장기 침체와 디플레 늪에 빠뜨렸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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