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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트위터는 현대판 '원형 감옥'

한병철 교수는 “정보가 모두 공개되는 투명사회는 지배시스템을 안정시켜 통제사회로 나아간다”고 했다. 한 교수는 고려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1994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로 꼽힌다. [사진 문학과지성사]
“정보를 무한으로 즉각 공개하는 ‘투명성’이 신뢰를 낳는다고 한다. 하지만 앞뒤가 바뀌었다. 믿지 못하는 사회라서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궁극적으로 자발적 노예가 넘쳐나는 통제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투명사회』 들고 한국 온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
전작 『피로사회』보다 충격적

 2012년 언론과 출판계에 ‘피로사회’ 열풍을 몰고 왔던 재독 철학자 한병철(55) 베를린 예술대 교수.



이번엔 신간 『투명사회』(문학과지성사)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전작 『피로사회』에서 ‘자유’가 오히려 자기 착취를 낳고 스스로를 고갈시키는 현대인 모순을 파헤쳐 독일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투명성이 통제사회를 만든다’는 내용을 담은 이번 책은 2012년 독일 출간 당시 ‘피로사회’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겼다고 한다.



 한 교수는 11일 서울 역사박물관 인근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명사회의 무제한적 자유, 커뮤니케이션은 전면적 통제와 감시로 돌변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이 충격적이었던 건 이 책이 출간된 2012년 당시 독일에서 정치·경제 권력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볼프 전 대통령의 부정 의혹이 터지면서 독일에선 투명성이 민주주의와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한 교수는 이런 기대의 목소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우선 정치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을 비판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현대의 유권자는 소비자이자 구경꾼이다.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생각은 별로 없다. 소비자로서 정치인이라는 납품업자에게 투명성을 요구할 뿐이다. 이때 요구하는 투명성은 정치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아니다. 스캔들을 즐기고 싶어하는 구경꾼으로서의 욕망이다.”



 투명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주장이 정치인의 부정을 감추는 부작용을 낳진 않을까. 한 교수는 “정말 정치에 관심 있는 유권자는 직접 정치에 뛰어든다.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절대 권력이 붕괴한 현대사회의 정치 구조와 불신이 판치는 사회가 맞물려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한국 사회에선 투명성의 요구가 적지만, 앞으로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디지털 연결망인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현대적 파놉티콘(panopticon·모든 것을 감시받는 원형 감옥)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그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예전엔 남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고문을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자기 정보를 내던지고 있어서다. 스마트폰은 궁극적으로 고문 기구와 같은 기능을 한다. 매우 효율적인 통제사회가 됐다”고 했다.



 독일 언론은 한 교수를 가리켜 ‘걱정상자(Kummerkasten), ‘항상 기분이 안 좋은 철학자’라고 부른다. 대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는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어떤 곳인지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를 암시한다”고 했다.



 다음 책으로 현대인의 미적 감각에 관한 책을 구상 중인 그는 “사람들은 매끄러운 형태의 아이폰을 사랑한다. 요즘 독일인은 피부를 매끄럽게 하려고 몸의 털을 다 밀어버린다. 매끄러움이 왜 매혹적인지를 쓰려 한다”고 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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