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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민주주의는 밀접한 관계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교수가 “과학의 방법은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며 “과학자에게도 인문학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 논란’과 2008년 광우병 파동,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비롯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우려까지….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 요소를 푸는 데 있어 많은 사람은 과학기술의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객관적이고 가치 중립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의 ‘과학과 문화’ 강연

이에 대해 국내 물리학계의 권위자인 오세정(62)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과학에도 가치가 개입되는 부분은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안국빌딩에서 열린 ‘과학과 문화’라는 주제의 강연에서다. 오 교수는 네이버 문화재단이 후원하고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개설한 ‘문화의 안과 밖’이라는 릴레이 렉처 프로그램의 일곱 번째 강연자다.

오 교수는 “과학적 방법은 가치 중립적이어야 하나 어떤 과학을 할지 주제를 선택하는 것에는 당연히 가치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연구하고자 하는 과학의 문제가 현 사회에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여부를 잘 살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우창 명예교수가 “과학과 민주주의, 윤리의 관계는 밀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오 교수는 “나노 과학기술이 응용 가능성이 높으면 그쪽으로 연구가 집중될 수 있고, 어떤 연구를 함에 있어 일반인들이 이 지식을 받아들일 정도의 마음가짐이 돼 있는지 살펴야 할 정도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럼에도 과학적 검증 및 실험은 가치 중립을 필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과학 명제의 조건으로 ‘보편주의’와 ‘조직화된 회의주의’를 꼽았다. 객관적이고 정교한 과학지식이 확립된 데는 합리적인 규범이 지배하는 과학자 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의 이론을 참고한 것이다. 머턴의 이론에는 보편주의와 공유주의, 무사무욕, 그리고 조직화된 회의주의가 있다. 보편주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조직화된 회의주의는 모든 아이디어가 과학자 사회의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오 교수는 “과학자들이 사회적으로 타협해 과학이론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에는 항상 자연이라는 심판자가 있다. 그 심판자의 관문을 통과해야 유용한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학이 항상 가치 중립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연구 과정에서만큼은 과학 연구의 가치 중립성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진리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닌 ‘자연에 존재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라고 오 교수는 설명한다. 그것이 진정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구분하는 척도라는 것이다. 오 교수는 “요즘 우리 사회에는 이런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하는 과학 정신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과학기술적 문제에 ‘인문학적 사고’도 필요하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팩트를 넘어서는 ‘안전’이라는 가치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를 예로 들었다. 당시 광우병은 교통사고처럼 위험성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 데다 사람들에게 낯선 주제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에는 과학적으로 알려진 사실만 팩트로 받아들이라는 글을 썼지만, 팩트는 팩트대로 가치는 가치대로 따로 떼어 판단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100만 분의 1, 10만 분의 1일지언정 일반 사람들은 굉장히 위험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줄기세포 연구, 유전자 변형 등 과학적 지식 자체로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점차 늘고 있는 현 시대에, 과학자들이 인문적인 지식을 갖지 않으면 합리적인 해결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는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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