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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정책, 빨간불·파란불 같이 켜진 신호등 같다”

뉴스1
고민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이었다. 임차인에 대한 세금 혜택을 늘려준 게 이 방안의 내용이었다. 월세 확대 추세에 맞춰 적용대상자를 총 급여 5000만원 이하에서 7000만원 이하로 확대한 것이다. 월세로 낸 돈을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주던 ‘소득공제’ 방식도 10% ‘세액공제’로 바꿔 한 달분 월세를 정부가 직접 지원해준다는 게 골자였다. 세입자로선 희소식이었다.

부동산시장 흔든 주택 선진화 방안

그런데 이 조치는 곧바로 집주인의 반발을 불렀다.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하는 세입자가 많아질수록 집주인의 임대소득은 더 많이 노출된다.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하는 집주인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당근책을 내놨다. 집 두 채까지는 월세 수입이 2000만원 이하이면 다른 소득과 합해 종합과세 하지 않고 14% 단일세율로 분리과세 하도록 해준 것이다. 분리과세를 택하면 종합과세 때보다 세금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정부로선 월세 세입자도 지원하고 그동안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임대소득에 대한 세원도 발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시장은 엉뚱한 방향으로 반응했다. 월세 소득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서니 월세를 놓았던 집주인들이 앞다퉈 월세를 전세로 돌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월세를 장려하려던 정책이 거꾸로 전세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낸 셈이다. 정부가 지난 5일 부랴부랴 보완 대책을 내놓은 건 이 때문이다.

후속 대책의 골자는 두 가지다. 우선 월세와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전세 보증금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전세는 월세와 달리 매달 생기는 수입이 없다. 그래서 정부가 짜낸 묘안이 ‘간주임대료’다.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예금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를 소득으로 간주한다는 얘기다. 대신 3억원 까지는 간주임대료 계산에서 빼준다. 금리는 2.9%로 정했다. 전세보증금이 6억원이라면 3억 초과분인 남은 3억에 대해 870만원(3억원2.9%)을 소득으로 보겠다는 얘기다. 대신 월세 수입과 똑같은 당근책을 줬다. 집 두 채까지 연간 간주임대료가 2000만원 이하면 분리과세를 허용했다.

그동안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던 전셋집 주인의 반발을 의식해 세부담 경감책도 곁들였다. 임대소득에서 경비로 인정해주는 비율인 ‘필요경비율’을 45%에서 60%로 올려준 것이다. 예컨대 전세보증금에서 생기는 간주임대료가 1000만원이면 60%인 600만원은 경비로 인정해 세금부과 대상에서 아예 빼준다. 여기다 임대소득 외 다른 수입이 없는 영세 임대소득자에 대한 400만원 기본공제 조항도 만들었다. 또 국민주택(85㎡) 규모 이하이면서 기준시가 3억원 이하인 주택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아파트의 77.3%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월세나 전세 수입에 대한 분리과세 기준으로 2000만원을 정한 건 금융상품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 박춘호 소득세제과장은 “일반 금융상품도 이자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14%를 은행에서 분리과세 한다”고 설명했다. 간주임대료 2000만원을 보증금으로 환산하면 15억원 정도가 된다. 그러니까 전세보증금 15억원 이하는 세금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는 얘기다. 월세든 전세보증금 수입이든 2000만원 이하에 대한 분리과세 시점도 2년 연기해 2016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보완조치로 대부분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별로 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집주인들이 체감하는 충격은 적지 않다. 전·월세 소득은 그간 대부분 과세 대상에서 누락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주택임대사업자 가운데 당국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전국 시·군·구에 등록된 임대사업자는 5만4137명으로 전국 임대가구 727만6000가구(2010년 통계청)의 0.74%에 불과하다. 신고를 안 한 채 임대사업을 하고, 그러다 보니 세원 노출이 안 돼 과세를 할 수 없었던 셈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국토교통부에 집계되는 ‘확정일자’ 자료를 활용해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세입자들은 전세계약을 쓰고 나면 관할 동사무소에 확정일자 신고를 한다. 확정일자를 신고해야 채권관계와 우선 순위가 성립돼 집 주인의 재산권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 신고 내역이 국토교통부에 집계되는데 이 자료를 국세청이 넘겨받아 명기된 보증금 액수를 근거로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확정일자로 전·월세 세원 파악”
세입자의 세액공제 신청을 통해서도 세원 발굴이 가능하다. 국세청 관계자는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 세입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전세의 경우 이 자료로, 월세의 경우 세입자가 세액공제를 위해 낸 자료로 전·월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가까스로 살아나던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구매 욕구는 꺾이고 다주택자의 매물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중개업소엔 집 구입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양도소득세 5년간 면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등을 담은 4·1 조치, 공급량 조절을 담은 7·24 대책, 8·28 전·월세 대책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시장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마치 빨간불과 파란불이 동시에 켜진 고장 난 신호등처럼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월세가 과표에 포함되면서 건강보험료도 오르게 됐다. 당장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 ▶월세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2주택자 ▶3주택 이상 소유자는 건보료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수도권에 아파트 3채를 가지고 월세 합계 450만원을 받을 경우 연간 건보료가 기존 297만원에서 489만원으로 올라간다. 건보료 인상으로 과세 불평등 논란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 예컨대 연간 월세소득이 1000만원인 지방주택을 3채 보유한 사람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지역가입자로서 234만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반면 연간 월세 소득이 2000만원인 고가주택 2채를 보유한 사람은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남아 건보료를 추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3주택자는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인 반면 연간 월세소득 2000만원 이하 2주택자는 분리과세 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김경재 세무팀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 가격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몇 채를 가졌느냐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과세 형평 논란의 불씨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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