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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칼럼] ‘가나안 교인’ 늘어가는데 …

꽃 피는 봄 3월이다. 얼어붙었던 땅도 꿈틀거리는 3월, 팔도강산 한반도에 ‘대한독립 만세’ 소리 드높았던 3월이다. 3·1 독립운동, 일제의 잔혹한 탄압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민족의 독립 의지를 만방에 선언했다. 기독교 16인, 천주교 15인, 불교 2인 등 33인의 종교 지도자가 중심이 되어 온 겨레가 떨쳐 일어났다. 종교와 교파를 떠나 종교인들이 민족의 고난에 앞장선 아름다운 발자취다.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짊어진 기독교인들이 다수였다.

1919년 말 일제가 조사한 3·1운동 관련 검거자 중 기독교인은 17.6%로 종교인 중 가장 많은 3426명(54%)이다. 당시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의 1~2%밖에 안 됐던 것을 감안하면 기독교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일제는 화성 제암리교회 집단 학살을 비롯해 전국 47개 교회에서 방화와 학살을 자행했다. 고난과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은 기독교 정신은 교회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기독교는 자부심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봄은 다시 왔는가? 이런저런 집회로 거리가 어수선하다. 정치의 계절이 왔음이다. 6월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종교인들도 그 대열에 섰다. 목사·신부·스님 등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서다. 2015년 시행을 목표로 정부와 국회가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법안에 대한 논의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2월에 이어 4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대지 않으려는 분위기 탓이다. 한국기독교시민총연합(CCA) 등 일부 종교단체가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국회의원과 정당에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반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90년대부터 종교인도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종교인 소득세 신고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에 공감하는 목회자들은 자율적으로 소득세 신고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인의 소득 신고에 대해 담당 공무원들이 어찌해야 할지 몰라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 세무서에 소득 신고하러 갔다가 핀잔을 듣고 왔다는 목회자도 있다. 소득신고 절차가 복잡하니 책자를 읽어보고 신고하라고…. 정부는 납세하겠다는 종교인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는 잘못된 관행과 정부의 직무유기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종교인 소득에 과세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을.” 모든 국민은 평등하게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

CCA는 전국 6만여 교회 중 80% 이상인 5만여 교회를 미자립 교회로 분류했다. 대부분 교회가 재정이 어려워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적든 많든 소득세를 신고함으로써 저소득 종교인들은 오히려 은행 거래와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수님도 납세의 의무를 다하라고 했다. “가이사(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태복음 22:21)

예수를 믿으면서도 교회에 안 나가는 ‘가나안’(거꾸로 읽으면 안나가) 교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부끄럽고 창피해서 교회에 안 나간다고 한다. 세속화·대형화로 치닫는 교회의 부패를 지적한다. 교회 권력의 세습과 사유화, 교단과 교파 간의 갈등, 목회자들의 비리와 이권 다툼에 절망하고 등 돌린 사람들이다.

종교인 과세법안 반대는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고, 기독교는 파렴치한 조세회피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나도 부끄럽지 않은 기독교인이고 싶다. CCA는 선배 기독인들의 희생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회개하는 사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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