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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 비전’이 허전한 까닭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474 비전(4% 경제성장, 성인인구 70% 경제활동 참여, 1인당 GDP 4만 달러)’을 발표했다. 한국의 경제정책은 다시금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문제는 가속화하는 한국의 고령화다. 경제활동인구 비율을 높이더라도 절대적 인구 감소는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곧 현재의 일본처럼 고령화 문제가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일본의 고령화는 부동산 경기 침체→소비 감소→기업 도산 증가→노동시장 악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은 현실적으론 수출뿐이며, 이것이 바로 엔화 절하를 핵심으로 삼은 아베노믹스의 목표다.

여기서 중요한 건 474 비전 또는 아베노믹스 모두 장기적 문제인 고령화와 그에 따른 인구 감소에 대한 답이 못된다는 점이다.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생률을 높이거나 이민을 장려하는 두 가지 정책뿐이며, 이런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인 경우 인구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

일례가 미국이다. 미국은 아예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미국 경제지표가 좋을 때는 출산율도 올라간다. 세제도 자녀를 둔 가족에 유리하도록 짜여 있다. 미국은 CIA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추정 출산율이 2.06으로 224개국 중 121위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1.24로 224개국 중 219위였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제 출산율은 1.19로 더 낮았다.

미국조차 최근 경제활동인구 감소 추이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유치원 이전 교육에 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서 공립 초등교육 첫 단계인 유치원은 5세 무렵에 들어가며, 그 전의 교육·보육은 거의 모두 사립이라 저소득층 및 중산층에 경제적 부담이 크다. 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유치원 이전의 교육·보육을 위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아이들이 무료이면서 안전한 교육을 받으면 부모가 더욱 쉽게 직장을 다닐 수 있으며, 아이들을 키우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을 줄임으로써 출산율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의지가 읽혔다.

미국보다 복지 혜택이 많은 유럽은 예전부터 앞선 지원 정책을 펴왔다. 대표적 사례가 프랑스다. 인구의 11.6%가 이민자이면 지난해 출산율은 2.08로 미국보다 조금 더 높은 117위다. 유럽의 통계 전문기관인 유러스탯(Eurostat)에 따르면 프랑스 인구는 2010년 약 6500만 명에서 2060년엔 73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프랑스에서 초등학교 교육은 6세부터 시작하지만 모든 초등학교가 3세부터 유치원 교육을 제공한다. 아이들 거의 100%가 3세부터 초등학교를 다니는 터라 부모는 마음 놓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흥미로운 예는 네덜란드다. 국토는 넓지 않지만 이민자는 인구의 11.7%에 달한다. 이는 유럽 국가 중 꽤 높은 수준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초등학교 교육을 4세부터 받을 수 있게 했으며 5세부터는 의무다. 4세 이전의 아이들은 사립 보육기관에 맡길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정부가 경제적 지원을 한다. 네덜란드의 출산율은 1.78이지만 이민자가 늘어나는 추세 등을 보면 2060년께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유러스탯은 예측했다.

한국은 어떨까? 현재 인구 증감 추세를 보면 2060년 추정 인구는 4000만 명으로 현재보다 20% 적다. 한국은 미국·프랑스·네덜란드의 영·유아 보육·교육 정책을 참고로 삼을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갑자기 대량 이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보지 않은 상황에선 이민 정책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보육·교육 정책은 바꿀 수 있다. 그래서 474 비전이 아쉬웠다. 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210 비전’이 필요하다. 출생률은 2.0 수준으로 올리고 2016년까지 총인구 중 10%를 이민자로 채우는 것이다. 쉽진 않겠으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한국인의 자랑 아닌가. 열심히 ‘하면 될 것’이다.



로버트 파우저 미국 미시간대에서 동양어문학 학사, 언어학 석사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에서 언어학 박사를 했다. 일본 교토대를 거쳐 서울대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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