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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도 안 하고 조신한 태교 … 1.1m 25kg 우리 새끼 예쁘죠





울산 고래체험관 돌고래 '장꽃분' 출산기
꼬리부터 쏙~ 1시간40분 걸려
수족관서 출산 성공은 처음이래요































울산시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 꽃분이(15)가 7일 출산했다. 국내에서 사육 중인 돌고래가 새끼를 낳아 건강한 모습으로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꽃분이가 낳은 새끼는 몸길이 1.1m, 몸무게 25㎏이며 성별은 수컷으로 추정된다. 전상률(34) 사육사는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는 출산 직후 종종 폐사하는데 꽃분이 새끼는 수영이나 호흡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족관 돌고래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꽃분이의 입장에서 재구성했다.



 “나온다, 빨리 빨리! 수의사님께도 전화 드려!” 7일 오전 10시34분. 사육사님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제 몸에서 새끼가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지난해 3월 아이를 가진 지 꼭 1년 만이에요. 드디어 제가 엄마가 되는 날이에요.



 첫 출산이라 쉽지는 않았어요. 본능대로 배에 힘껏 힘을 줬더니 장생이(태명)가 꼬리부터 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어요. 몸 전체가 빠져 나오는 데 1시간40분쯤 걸렸죠. 나오자마자 주둥이로 장생이를 물 밖으로 밀어냈어요. 숨쉬기 시범을 보여줬더니 곧잘 따라 해서 기특하더라고요. 돌고래는 포유동물이기 때문에 숨을 쉬어야 하거든요. 창밖의 사육사님들은 하나같이 기뻐했어요.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가 새끼를 낳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데다 새끼가 무사히 태어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죠. 몸속에 남아 있던 태반도 무사히 밖으로 배출했어요. 출산하던 어미 돌고래가 숨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몸속에 남아 있는 태반이 썩어서 그래요. 새끼는 아직 등지느러미가 완전히 펴지지 않아서 수영하는 모습은 어설퍼요. 하지만 몸 왼쪽 옆에 바짝 붙어 따라다니는 걸 보니 귀엽고 신기해요. 제가 숨쉴 때 새끼도 같이 물 밖으로 몸을 내밀고 숨을 쉬어요.







 근데 아직 장생이가 젖을 잘 먹지 않아 걱정이에요. 물속에서 꾸준히 헤엄치려면 잘 먹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인지 사육사님들이 일본에서 ‘고래 인공모유’까지 가져오셨대요. 암컷 돌고래의 젖은 생식기 바로 옆에 있는 ‘유선’이라는 곳에서 나와요. 새끼가 근처에 오면 물총처럼 뿜어나오죠.



 이제 제 소개를 할까 해요. 제 이름은 장꽃분입니다. 올해 열다섯 살 된 암컷 큰돌고래예요. 키는 2m90㎝, 몸무게 300㎏. 지능지수(IQ)가 세 살 아이와 비슷(80)하니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하답니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다른 큰돌고래 세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어요. 태어난 곳은 바다지만, 여기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생활도 만족스러워요. 안전하고 먹이걱정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다른 돌고래들 덕분에 외롭지도 않아요. 깊이 5.5m의 수족관도 익숙해졌고요.



 2009년 10월 울산에 오기 전에는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고래박물관에서 살았어요. 장생포에 고래생태체험관이 생기면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건너왔죠. 제 몸값은 1억원이나 돼요. 원래는 바닷속에서 뛰어놀았지만, 사람들이 ‘연구’한다고 저를 여기에 데려다 놨어요. 또 재주 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종종 바다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니 뿌듯하기도 해요. 사육사와 물속에서 함께 수영하거나, 물에 둥둥 뜨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곤 해요.



 당분간 체험관의 주인공은 저와 장생이가 될 것 같아요. 임신 소식을 따로 알리지 않았는데도 수족관 대문 밖에는 축하 플래카드까지 걸려 있어요. 지난해 9월께 수의사님들이 초음파가 나오는 기계를 배에 대고 문지른 적이 있어요. 그때 배 속의 아기를 발견했나봐요. 제가 수조 속을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대요. 지난달 19일에는 전국의 고래 박사님과 사육사님, 수의사님들이 연구소에 모였어요. ‘어떻게 하면 꽃분이가 새끼를 무사히 낳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수족관에서 지내는 돌고래가 임신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래요. 출산까지 무사히 마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고요. 사진도 많이 찍었고, ‘동물농장’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간다고 해요. 연예인이 된 기분이에요. 사실 걱정도 조금 돼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장생이를 훌륭한(?) 돌고래로 키워보려고 해요. 새끼를 가지니 체온도 36.5~37도에서 35도까지 떨어졌어요. 갓 태어난 새끼돌고래는 주둥이 주변에 가느다란 수염들이 있답니다. 마치 개나 고양이처럼요. 먼 옛날 육지에서 살았을 때의 흔적이 아직도 남은 거래요. 하지만 곧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죠.



 임신한 돌고래는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대요. 입맛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밥을 잘 먹었어요. 하루에 다섯 끼나 먹었죠. 아침 9시에 첫 식사를 하고 두 시간 간격으로 오후 5시까지. 양은 하루에 10~15㎏입니다. 메뉴는 주로 고등어, 전갱이, 임연수어 3가지예요.



 출산 때문에 생활환경이 달라진 게 또 있어요. 저뿐 아니라 수족관의 모든 돌고래에게 ‘점프 금지령’이 내려졌거든요. 임신 기간은 물론 새끼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무기한입니다. 점프 중 부딪히거나 물속에 떨어질 때 충격이 걱정돼서래요. 수컷 돌고래인 고아롱(12)·고다롱(10)도 보조 수족관으로 보냈어요. 제가 새끼를 잘 기를 때까지 떨어져서 지내야 해요.



 아롱이와 다롱이 둘 중 한 마리가 제 신랑이랍니다. 사람들은 “평소 친하게 지낸 아롱이가 남편이냐”고 묻곤 해요. 정답일까요? 사실 다롱이에게도 고백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제 사생활을 자세히 말할 수는 없으니 이 얘기는 여기까지. 사육사님들도 확신하지는 못한답니다. 새끼의 DNA를 검사해야 정확히 알 수 있대요.



 수족관은 돌고래들의 집이지만 또 다른 주인공들이 있어요. 저를 딸처럼 생각하는 김동희(30) 사육사님을 비롯해 총 8명의 사육사님이에요. 대학에서 동물조련을 전공했거나 해양동물시설에서 사육사로 일한 사람들이에요. 제가 임신한 이후로 24시간 수족관을 떠나지 않고 보살펴 줬어요.



  점프, 공놀이 같은 재주들은 대부분 사육사님들에게 체계적으로 배운 것들이에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보다는 건강관리를 위해 필요한 운동이랍니다. 즐겁게 봐주시면 힘이 나서 더 높게 뛰어올라요. 사육사들은 종종 산소통을 메고 수조 속에도 들어와요. 바닥과 유리창에 낀 이끼를 제거하고, 간혹 수조 속에 떨어지는 동전들을 건져내기 위해서예요. 수온은 겨울에 12도, 여름에는 25도로 맞춰준답니다. 장생포 앞바다에서 끌어온 물을 여과기를 거쳐 수조에 넣어줘요. 매일 깨끗한 물 50t이 들어와요. 장생이 이름은 울산시민들이 지어줄 예정입니다. 촌스럽게 지어야 오래 산다고 해서 제 이름은 ‘꽃분이’랍니다. 새끼의 이름은 뭐라고 지어줄지 기대돼요. 새끼가 건강히 자란다면 보름 뒤에 볼 수 있답니다. 그때까지 수족관은 임시휴관이에요.



울산=차상은 기자



사진설명



7일 오전 11시40분 새끼의 몸이 완전히 빠져 나왔다. 몸이 모두 나오는 데 1시간40분 정도 걸렸다. 돌고래의 출산은 꼬리부터 이뤄진다. 머리부터 나올 경우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오전 10시34분 꼬리가 어미의 몸 밖으로 나온 모습. 어미가 새끼를 호흡시키기 위해 출산 직후 새끼를 물 밖으로 밀어올리고 있다. 어미와 새끼가 첫 호흡을 위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 모습. [사진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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