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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터보엔진 단 페라리, 다이어트한 람보르기니





수퍼카의 향연 제네바 모터쇼



















스위스는 중립국이다. 누구 편도 안 들겠다는 거다.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도 중립 모터쇼다. 이름난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텃세가 없으니 왕좌를 노린 경쟁은 더 치열하다. “한꺼번에 가장 많은 수퍼카를 볼 수 있는 곳”(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이란 평은 그래서 나온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이탈리아·프랑스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스위스의 영리한 선택이 낳은 결과다. 기득권이 없어서 생긴 장점은 또 있다. 제네바 모터쇼는 새 흐름에 민감하고, 작은 도전자에 열려 있다. 친환경과 실용성은 어느새 제네바의 색깔이 됐다. 올해로 84회를 맞은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면서도 수퍼카의 대항마가 또 다른 수퍼카가 아닌 소형차인 곳, 제네바 모터쇼의 재미는 여기에 있다.





 4일(현지시간) 제네바 모터쇼의 페라리 신차발표회는 예정보다 20여 분 늦어졌다. 지칠 만도 한데 오히려 페라리 전시관 주변의 ‘사람 벽’은 더 두터워졌다. 앞발을 치켜든 말 모양의 페라리 로고가 붉은 화면 위에 뜨자 모터쇼장은 조용해졌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 페라리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라는 말로 인사를 시작했다. 기다리던 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운 ‘캘리포니아 T’였다. 차 지붕을 열고 출발하면 3.6초 만에 시속 100㎞를 넘어서고, 시속 316㎞의 최고 속력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을 질주하는 꿈을 페라리는 이 차에 담아 판다.



 이번엔 여기에 ‘T’를 더했다. T는 터보차저(강제로 공기를 압축해 엔진에 불어넣는 장치) 엔진을 말한다. 자연 흡기를 선호해 온 페라리가 터보 엔진을 쓴 건 27년 만이다. 이 덕에 캘리포니아T는 이전 모델에 비해 치고 나가는 힘(토크, 76.8kg·m)을 49% 높이면서도 연비(9.5㎞/L)는 15% 향상됐다. 한국엔 다음 달 출시한다. 가격은 3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제네바 모터쇼가 첫 공개인 점을 감안하면 나오자마자 한국에 파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 페라리 사겠다고 줄 선 사람이 꽤 된다는 얘기다. 개별 모델이 어디서 몇 대 팔리는지는 페라리의 영업 비밀이다. 다만 전 세계에서 페라리가 판다는 ‘꿈’은 연간 7000대 수준으로 관리된다.



 이쯤 되면 페라리 전시관 근처는 모두 꺼릴 듯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피아트 계열의 알파로메오는 기죽지 않고 페라리 코앞에 전시관을 열었다. 역삼각형의 독특한 그릴을 앞세운 알파로메오가 선보인 차는 4C 스파이더 컨셉트카였다. 자동차 전문지 ‘왓카’가 ‘지난해 가장 가슴 뛰게 한(Exciting) 차’로 꼽은 게 4C다. 스파이더는 땅 위에 착 붙어 달리는 모습이 마치 거미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0㎞ 수준이지만, 이 차의 배기량은 1750cc에 불과하다. 쏘나타보다 작은 배기량이다. 작지만 강하다는 평이 붙을 만하다. 기존 모델의 가격은 한국 돈으로 9000만원 안팎이었다. 알파 로메오는 한국 시장 진출을 계속 탐색 중이다.



 페라리의 라이벌인 람보르기니는 우직한 직구를 승부구로 삼았다. 가야르도의 후계자인 우라칸 LP 610-4를 앞세웠다. 가야르도는 람보르기니에서 가장 성공한 차다. 우라칸과 가야르도는 모두 투우 경기의 황소 이름이다. 람보르기니가 어떤 차를 만들려고 하는지를 드러내는 작명이다. 성능은 두말하면 잔소리. 최고 시속 325㎞, 시속 100㎞까지 가속에 3.2초, 5.2L V10 엔진…. 차에 달린 불이란 불은 모두 전구 대신 발광다이오드(LED)로 빚었다. 다이어트가 스포츠카에도 유행인데 이 차 역시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을 통해 몸무게를 국산 중형차 수준인 1422kg으로 낮췄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사장은 “람보르기니 역사의 새 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가야르도 몸값을 감안한 예상 가격은 4억원 수준.



 독일 포르셰는 전시관 내 명당을 경주용 차인 919 하이브리드에 배정했다. 복귀를 자축하는 의미에서다. 포르셰는 16년 공백을 깨고 다음 달 내구 레이스 경기에 복귀한다. 경주차를 하이브리드로 만든 이유는 국제내구레이스챔피언십(WEC)이 연료 소모량 기준을 지난해보다 30% 강화했기 때문이다. 힘과 연비, 상반된 목표를 잡으려면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짝짓는 것 외 다른 수가 없다. 일반 주행을 하면서 남는 에너지를 차곡차곡 리튬 이온 전지에 축적했다가 가속 구간에선 순식간에 네 바퀴 모두에 동력을 보낸다. 500마력의 출력으로 9000rpm까지 가속할 수 있다. 마티아스 뮐러 포르셰 회장은 “919 하이브리드는 경주에서 가장 빠른 차는 될 수 없을지 몰라도 정해진 연료로 가장 먼 거리를 가는 차는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국의 자존심 맥라렌은 650S로 맞불을 놓았다. 650마력을 내는 스포츠카란 의미다. 엔진 켜고 3초면 시속 100㎞까지 밟을 수 있다. 최대 토크는 69.1kg·m, V8 터보엔진이 탑재됐다. 650S는 차량 하부 뼈대(플랫폼)를 모두 탄소섬유로 만들었다. 기본 모델의 가격은 3억4000만원 선이다.



 즐비한 강한 차 사이에서도 작은 차는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당돌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작은 차 대열에 들어왔다. BMW의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의 데뷔가 대표적이다. 소형 다목적차량(MPV)인 이 차에는 BMW가 100년 원칙을 깨고 최초로 앞바퀴 굴림 방식(전륜 구동)을 적용했다. 후륜 구동은 무게 배분이 잘 돼 승차감과 고속 주행 성능이 좋다. 그래서 고급 브랜드는 후륜 또는 사륜 구동을 고집한다. 반면 전륜 구동은 차체가 가벼워 연비가 좋고 운전이 쉬운 장점이 있다. BMW 측은 “소형차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드는 초소형차도 있다. 스와치와 손 잡고 개발한 스마트다. 이 차는 작다는 걸 자랑한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수퍼카 두세 대가 전시될 공간에 16대의 스마트를 줄 맞춰 집어넣었다. 중간중간 빈자리엔 너비 2.69m의 공간만 있으면 주차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새겼다. 그렇다고 벤츠가 소형차를 그냥 만들 리는 없다. 이번 모터쇼에선 수작업으로 손본 스마트가 전시됐다. 고급차 뺨치는 가죽 의자, 스포츠카에나 있을 법한 컨버터블 형식의 지붕 등이 눈길을 끌었다. 벤츠 전문 튜닝 회사인 브라버스의 작품이다. 배기량 999cc의 이 차의 가격은 2만5980유로(약 3800만원)다.



 일본 도요타와 프랑스 르노는 나란히 ‘고(go)’라는 단어가 들어간 소형차를 내놨다. 르노는 트윙고(Twingo), 도요타는 아이고(Aygo)다. 트윙고는 르노가 2010년부터 다임러와 손잡고 공동개발한 차다. 빨강·노랑 등 강렬한 원색으로 칠했다. 르노는 소형차에선 매우 이례적으로 엔진을 차 뒷부분에 넣었다. 자연히 보닛이 있는 앞부분이 짧아지면서 좁은 길 유턴이 더 쉬워졌다. 도요타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빼든 카드도 소형차다. 아이고는 길이 3455m, 폭은 1615mm다. 도요타의 다니엘 쉴라시 유럽영업담당 부사장은 “치열해진 소형차 시장에서 어떻게 다르게 만들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차를 더 감성적이고 재밌게 만들자는 게 우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터쇼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차는 스위스 업체 린스피드의 자율주행(무인차) 컨셉트카다. 벤츠·구글 등은 서로 실제로 몇 ㎞를 달렸다며 무인차 주행 경쟁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차들은 모두 차 주인이 운전석에 얌전히 앉아 앞을 보고 있다. 단지 운전대에 손을 올리지 않고 있을 뿐이다. 린스피드는 이를 뒤집었다. 이 회사는 컨셉트카인 X체인지에서 앞좌석을 뒤로 돌려놓았다. 무인차인데 왜 앞좌석에 앉아 앞을 보고 있느냐는 반문이다. 자리를 돌리자 차 안은 작은 사무실 또는 찻집 같아졌다. 린스피드의 프랑크 린더크네히트 최고경영자(CEO)는 “운전을 하지 않고 자동차 안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심심하지 않도록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퍼카와 소형차의 싸움은 올해도 치열했다. 그런데 올해 제네바의 승자는 따로 있다. 모터쇼의 첫 이틀, 언론 발표회 기간 중 가장 바빴던 인물은 그렉 조즈위악이었다. 애플의 아이폰 및 iOS 마케팅 부사장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페라리도, 볼보도 애플과 손잡고 ‘카플레이’시스템을 달았다고 자랑하느라 여념 없었다. BMW·도요타·현대·포드 등이 줄을 섰다. 쉽게 말하자면 자동차 가운데 있는 화면이 아이폰하고 같아졌다고 보면 된다. 대신 운전 중이니 손가락 대신 말로 조정하는 차이가 있다. 다만 안전과 기술 문제로 e메일을 쓸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무인차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업체도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다. 긴장하라, 자동차.



제네바=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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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터보엔진을 단 페라리의 ‘캘리포니아 T’ 2 피아트의 알파로메오 ‘4C 스파이더’의 앞과 뒷모습 3 람보르기니의 ‘우라칸’ 4 포르셰의 ‘919 하이브리드’ 5 맥라렌의 ‘650S’ 7 메르세데스-벤츠의 초소형 차 스마트 8 도요타의 ‘아이고’ 9 르노의 ‘트윙고’ 10 린스피드의 무인차 ‘X체인지’. 원 안은 한 모델이 뒤로 돌려놓은 X체인지의 앞좌석에 앉아 있는 모습. [AP·로이터=뉴시스·뉴스1, 모터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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