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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20㎞ 밖 농어 잡으니 세슘 … 어부 "바다밑 무섭다"

지난달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20㎞ 떨어진 바다에서 그물로 잡은 농어 두 마리가 바구니에 담겨 있다. 후쿠시마현에서 농어는 출하제한 어종이다. [후쿠시마=김현기 특파원]


뱅어잡이 어선의 선원 이즈미 시로미가 바다에 던진 그물을 걷어 올리는 모습. 뒤로는 후쿠시마 제1·2원전보다 남쪽에 있는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후쿠시마=김현기 특파원]
지난달 24일 새벽 5시45분, 중앙일보·JTBC 취재팀이 동트기 전의 이와키(磐城)시 히사노하마 항구를 출발했다. 생선을 잡아 방사능을 측정하는 모니터링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서다. 오늘의 목표 어종은 시라우오(シラウオ), 우리말로 뱅어다. 길이 10㎝가 채 안 되는 소형 어종으로 얕은 바다에 서식한다. 3월 중 시작될 시험조업을 앞둔 마지막 모의고사 격인 시험조업이 시작되면 소량이지만 시장에 내다팔 수도 있다. 시라우오에선 최근 방사능 세슘이 거의 검출되지 않고 있다.

방사능 기준치 2배 검출
이달 시험조업 앞두고 걱정



 요시다 요시오(61) 선장의 뱅어잡이 어선 ‘고운마루’엔 선원 이즈미 시로미(泉白美·62)도 동승했다. 조업은 3년 전 사고가 난 제1원전으로부터 10㎞ 남쪽의 제2원전 부근과 이보다 더 10㎞ 남쪽의 화력발전소 앞바다 두 곳에서 이뤄진다. 특정 지점, 특정 생선의 세슘량 측정을 위해 후쿠시마(福島)현이 어선별로 조업 지점을 할당했다. 차가운 공기 속에 30분을 달렸더니 제2원전이 나타났다. 해안에서 500~600m 떨어진 지점에서 요시다 선장은 연신 어군 탐지기를 바라봤다. 베테랑 어부인 그도 오랜만의 조업에 긴장한 눈치였다. “여기서 몇 년째 조업을 안 했으니 감이 잘 안 오고 무서워. 해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어.”



 첫 그물을 던진 지 10분 뒤 끌어올렸다. “아무것도 없네”라고 선장은 푸념했다. 뱅어 십여 마리와 꽃게 정도뿐이었다. 이보다 10㎞ 남쪽에서 던진 두 번째 그물엔 뱅어 외에 스즈키(スズキ), 우리말로 농어가 두 마리 올라왔다. 방사능이 잘 쌓이는 농어는 일본 정부가 정한 출하 금지 40개 어종에 포함돼 있다.



  “지난주의 비바람 때문에 바다가 거칠고 탁해.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하지 않으면 뱅어는 뭉쳐 다니지 않아.” 요시다 선장의 말대로 세 번째 그물에도 뱅어는 이십여 마리뿐이었다. ‘만선 귀항’은 아니었지만 뱅어와 농어, 꽃게로 샘플을 만들기엔 충분했다.



 두 시간 만에 항구에 돌아오니 출항했던 다른 배들도 속속 입항했다. 생선들은 트럭에 실려 남쪽으로 30여㎞ 떨어진 오나하마항의 ‘후쿠시마 수산시험장’으로 이동했다.



 수산시험장은 이 지역 어업의 현장 지휘소다. 방사능 검사 샘플을 만들어 검사소로 보내고, 검사소에서 수치를 통보받아 분석하는 곳이다. 시험장 1층의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후지타 쓰네오(藤田恒雄) 부장의 지휘 아래 직원들이 샘플링 작업에 열심이었다.



생선의 성별과 무게·길이를 체크한 뒤 세척작업을 하고, 방사능이 쉽게 축적되는 등 근육 부위로 샘플을 만든다. 뱅어는 불순물만 씻어내면 되지만 농어는 세척→내장 제거를 거쳐 생선회를 치는 듯한 과정을 거쳐 샘플로 만들어졌다. 완성된 뱅어·농어·꽃게 샘플은 고리야마(郡山)시의 ‘후쿠시마 농업종합센터’로 보내진다. 첨단 측정기 10대가 방사능 수치를 실제로 재는 곳이다. 방사능 측정 공간에 접근하기 위해 신발도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입실 전 방사능 검사도 거쳤다. 외부로부터의 방사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 때문에 비닐과 용기 등 관련 비품들도 모두 1회용이다. 샘플 1개당 방사능 측정시간은 약 33분씩이다.



 취재팀이 잡은 샘플의 방사능 측정 결과가 수산시험장에 통보된 뒤인 이달 3일 취재팀은 오나하마를 다시 찾았다. 조만간 시험조업이 시작될 뱅어와 꽃게에선 세슘이 검출되지 않았다.



시험장 측은 “시라우오는 1년생 어종이라 지금 잡히는 것들은 원전 사고 이후에 태어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어는 달랐다. 잡아도 다시 버려야 하고 당연히 시장에 내다팔 수 없는 출하제한 어종이다. 역시나 일본 정부가 정한 세슘 기준치(1㎏당 100베크렐)의 두 배나 되는 200베크렐이 측정됐다. 시험장의 후지타 부장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에 서식하는 농어는 몸속의 염분을 밖으로 잘 배출하지 않는다. 체내의 방사능 물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작 수산시험장의 고민은 다른 데 있었다.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이미 시험조업에까지 돌입했던 홍감펭(유메카사고)에서 최근 기준치를 넘는 세슘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시험조업 중인 생선으론 처음 있는 일이다. 후지타 부장은 “3년 동안 200개체 이상 모니터링을 해왔지만 단 한 번도 기준치를 넘지 않았는데 너무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사건으로 후쿠시마 수산물의 안전성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시험장 측은 “꼼꼼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 기준치가 넘는 생선이 시장에 팔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나하마 항구 주변 대형 어시장에도 후쿠시마산은 아직 없다. 이곳의 20대 상인 시오노 가즈히로(鹽野和裕)는 “후쿠시마산은 아직 없어요. 언제쯤 팔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방사능 없는 뱅어와 꽃게, 세슘 기준치 두 배 농어의 대비처럼 원전 사고 이후 3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는 아직 희망 반, 절망 반이었다.



후쿠시마=김현기·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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