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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복지 사각지대, 소통이 문제다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서울 송파구 세 모녀 등 빈곤층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상황을 들여다보면 딱하기 그지없다. 자살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사회보장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이 사실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이들이 처한 상황이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보다 ‘양호’해서다. 소득·재산이 정부 기준보다 높거나, 국가 대신 이들을 보살필 가족(부양의무자)이 있는 경우다.



 사각지대는 의외로 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이 전국적으로 67만 명에 이른다고 6일 발표했다.



 왜 이런 아동들이 나올까. 정부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막혀서다. 가정이 못살아도 조부모에게 일정 시가 이상의 집이 있으면 지원에서 제외된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조부모가 집을 팔아야 한다. 부부 중 한 사람만 일해도 나머지 한 사람의 예상 소득을 합산해 가구 소득을 추산한다. 자녀가 하나인 가정에서 아빠만 100만원을 벌면 3인 가구 최저생계비(월 133만원)보다 소득이 적다. 하지만 정부는 “아내도 벌 수 있지 않느냐”며 지원 대상에서 역시 제외한다.



 이러니 사각지대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재단에 따르면 빈곤 아동 가족의 월 평균 소득은 59만원. 정부 지원을 포함한 기초생활수급 가구의 소득(월 97만원)보다 적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은 대체로 사각지대에서 나온다.



 사각지대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순천향대 허선(사회복지학) 교수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자면 복지예산 확대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도덕적 해이와 부정 수급자도 생길 수 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중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지난해 9.8%였다. 허 교수는 “30%에 이르는 복지 선진국에 비해선 턱없이 적은 만큼 최소한의 복지예산 증액에 우리 사회가 인색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기준을 개선하고, 예산을 확대하는 것은 시급하다. 하지만 새 기준과 예산 아래서도 사각지대는 또 나온다. 모든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제도란 없다. 제도가 ‘모든 것(everything)’일 수는 없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논쟁도 ‘제도 만능주의’에 갇혀 있다.



 정책 사각지대의 문제는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 기준 때문에 지원을 못 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한다. 한양대 이연택(복지관광정책학) 교수는 “다변화·다원화 사회에선 사각지대와 같은 사회 접점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공무원의 재량권을 확대해 ‘기준’에 들지 못한 이들을 사회안전망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도 ‘특례’란 이름의 제도가 있긴 하다. 하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극히 미미하다. 격무에 시달리는 복지 공무원들이 너무 바빠서 사각지대까지 들여다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공무원의 재량을 믿지 않는 점도 작용한다.



 사각지대 해결은 소통에서 나온다. 소통은 신뢰에서 가능하다.



성시윤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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