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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여자 출연자 사망, 무슨 일 있었나



방송 녹화 현장에서 출연자가 자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SBS '짝'의 여성 출연자 전모(29)씨가 5일 오전 2시께 촬영장이자 숙소인 제주도 서귀포시의 풀빌라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 출연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119구급대가 도착했을때 이미 호흡이 멎고 의식을 잃어버린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주일간 지속된 녹화의 마지막 일정인 최종 선택을 몇 시간 앞두고 사망사건이 발생해 이유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서귀포 경찰서 측은 사건이 발생한 날 오후 5시 30분 브리핑을 통해 "정황상 명백한 자살"이라며 "부검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도 '살기 싫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밝힌 것처럼 자살사건으로 정리가 되고 있는건 사실. 그럼에도 여러가지 쟁점이 남아있다. 이 사건을 사망한 출연자 개인의 문제로 봐야할지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로 생각해야할지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짝'의 게시판과 관련기사 댓글창에는 프로그램 폐지와 관련된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과연 사고 현장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번 사건은 어떤 관점으로 봐야할까.



▶전씨, 사망 직전 어떤 시간 보냈나

전씨는 사망하기 직전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서귀포경찰서 측에 따르면, 전씨가 목숨을 끊기 전날인 4일 오후 3시께 전씨는 여러 출연자들과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낸뒤 오후 8시 거실에서 식사를 했다. 전체 출연자중 두 커플은 외부로 나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반주를 곁들였지만 전씨가 취할만큼 술을 마시진 않았다는게 경찰서 측의 설명이다. 식사후 오후 11시께 전씨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자정이 좀 지난 시간에 테라스에 있었고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동료의 증언이 있었다. 이후 5일 새벽 1시께 방으로 들어갔다가 1시 30분께 문 여는 소리가 들린게 전씨가 남긴 행적의 전부다. 이후 CCTV에도 추가적으로 찍힌 내용은 없는 상태다. 출연자 중 한 명이 "전씨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 제작진중 한명이 찾아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헤어드라이기 전선으로 목을 매 숨진 전씨를 발견하게 됐다.

예정대로라면 전씨를 포함한 출연자들과 제작진은 5일 오전에 최종선택 과정을 찍고 서울로 올라왔어야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찍은 녹화분량의 방송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경찰, "녹화과정에서 불협화음 없었다"

유서까지 남겨진 자살사건이지만 녹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짝'이란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에 나올수 있는 문제제기다. '짝'은 남녀 출연자들을 일주일간 합숙시키고 커플 탄생 과정을 지켜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펜션 등 특정 공간에 애정촌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출연자들이 오롯히 이성문제에만 집중하도록 만든다. 수차례 중간선택 과정을 거친다. 이때 어떤 출연자들은 많은 이성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반대로 한 표도 받지 못해 민망한 순간을 맞이하는 출연자도 생긴다. 자신이 원하는 이성의 관심을 받지 못해 힘들어하거나 울음을 터트리는 출연자들이 속출할수 밖에 없다. '짝' 제작진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극대화시켜 재미를 끌어낸다.

사망한 전씨의 경우 녹화 초기에 큰 인기를 얻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남성 출연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던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과거 '짝'에 모습을 보였던 한 출연자는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최종선택 직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연자 사망소식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당시 나와 동료들이 느꼈던 부담감이 떠올라 어느 정도 이해도 가더라"며 출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짝'의 녹화과정이 전씨가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데 영향은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서귀포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 만나 "출연자들끼리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녹화과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당일 저녁까지도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잘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따돌림을 당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냐'는 의문까지 지워버리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우울증을 앓는 등 개인적인 문제는 없었을까. 이 관계자는 "우울증을 앓았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서귀포경찰서의 공식브리핑 내용 역시 이 관계자의 말과 같다. 그러나, 우울증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전씨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사실은 '살기 싫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통해 충분히 짐작해볼수 있다.



▶전씨 모친, "내가 다 터트릴 것" 격앙된 목소리 높여


일각에서는 프로그램과 제작진의 문제라며 '짝'의 폐지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극적인 상황을 만드는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아픈 곳'을 건드리는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선택을 받지 못한 출연자의 입장에서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사망자 전씨가 '짝'의 녹화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아 극단적인 생각을 한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짝'의 게시판과 관련기사 댓글창에도 '지속적으로 감정을 자극하다보면 출연자가 나쁜 생각을 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내용의 글들이 눈에 띈다.

실제로 애정촌을 경험했던 또 다른 출연자도 "녹화현장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세렝게티 같다"라는 표현을 썼다. 좋아하는 이성의 마음을 잡기위한 과정이 야생의 세계와 같다는 말이다. 치열한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개개인이 크게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도 많다는 설명. 특히나 일주일간 이성문제에만 심취하게 되는 애정촌의 특성상 녹화가 진행될때는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느껴질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도 이 출연자는 "목숨을 끊을만큼 극단적으로 자기 감정에 빠져드는 케이스는 내가 출연할 때도, 또 이전 출연자들과의 대화에서도 들어본적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일단, 전씨 역시 유서에 '제작진은 나를 배려해줬다'라고 적었다. '짝이 되거나 안되는게 문제가 아니다'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받게 될 타격에 미안한 감정을 전달한 듯 보인다. 자칫 제작진에게 몰릴 비난이 전씨의 유서 내용 때문에 그나마 잦아든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논란이 없어진건 아니다. 사망한 전씨의 모친이 남긴 말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혹을 자아낸다. 전씨의 모친은 5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후 현장에 있던 일간스포츠와 만나 "지금 인터넷에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내가 다 터트리겠다"고 말했다. 울음을 겨우 그친 듯 눈이 퉁퉁 부어있었고 눈물자욱도 그대로 남아있던 상태. 목이 메이는듯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 딸을 잃어버리고 애가 타는 심정에 내뱉은 말이겠지만 혹시나 정말로 문제가 될 일이 없었는지 의문을 자아내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건으로 SBS는 5일 방송 예정이었던 '짝'을 결방하고 브라질 월드컵 평가전을 대체편성했다. 문제는 프로그램 폐지 여부다. 사건이 발생한후 게시판 등에 폐지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 5일 오후 현재까지 SBS 측은 프로그램의 존폐여부 및 이번 녹화분량의 전량폐기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스태프 전원을 상대로 심리치료를 실시하기로 한 상태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프로그램 제작진에게도 분명 일정 책임은 있지만, 죽음의 원인을 다 뒤집어 씌우는 것은 또 아니라고 본다"면서 "그것과는 별개로 방송을 이어가는 것 역시 무리수라고 본다. 사람이 죽어나간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예능으로 편하게 웃으며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한, "결국 '짝'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의 문제다. 출연자 검증이 쉽지 않고 돌발 상황 통제도 쉽지 않다"고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귀포(제주)=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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