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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6000만원 전세 … 1년 세금 25만원 vs 0원

서울 서초동 롯데캐슬클래식아파트(전용면적 85㎡, 기준시가 6억원)를 갖고 있는 A씨는 1월에 보증금 5억6000만원을 받고 전세를 놨다. 자신은 자기 소유의 다른 집에 산다. 지금은 A씨가 이 돈을 고스란히 은행에 넣어 이자를 받거나 다른 투자처를 찾아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2016년부터는 보증금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그가 내야 할 세금은 연 25만원. 우선 A씨가 받은 보증금 5억6000만원은 연 2.9%의 이자수입을 올릴 수 있는 돈으로 판단, 이를 월세수입으로 간주한 금액으로 환산된다. 그 액수는 452만원이다. 이 중 60%는 필요경비 명목으로 공제돼 과세표준은 181만원(452만원×40%)으로 결정된다. 여기에 세율 14%를 적용하면 A씨가 내야 할 세금 25만원이 나오는 것이다.

 A씨가 직장에 다니지 않고 다른 사업도 하지 않는다면 세금은 이보다 내려간다. 임대료 수익 중 400만원을 소득공제해주기 때문이다. 이 경우라면 A씨가 내야 할 전세보증금에 대한 세금은 0원이다. 임대수입으로만 생활하는 은퇴자에 대해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5일 기획재정부의 전세보증금 과세 방침으로 인해 전세 임대인들의 세부담이 늘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세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월세와 전세 간의 과세 형평성이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2주택 소유자가 전세를 놓더라도 85㎡ 이하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세금 부담을 안게 될 집주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기재부는 임대 수입에 대한 세금 감면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A씨처럼 2주택 소유자도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현재 3주택 이상 소유자 부담)를 내도록 했지만, 그 액수는 깎아준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임대주택 방안에는 월세 세입자에 대한 세액공제 계획이 포함됐는데, 이후 “내 소득이 자동으로 정부에 신고되는 것 아니냐”는 월셋집 주인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이 소득 노출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전세로 돌리거나 세금 부담만큼 월세를 올려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보완책을 낸 것이다.

 우선 임대 수입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시기를 내년까지 늦추기로 했다. 그때까지 유예 기간을 둔 뒤 2016년부터 세금을 부과하면 그만큼 집주인들의 반발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세금 자체는 공제 대상을 늘리는 방식으로 내려간다. 임대 수입의 60%(현재 45%)를 경비로 인정해 이를 소득에서 뺀 뒤 나머지 40% 금액만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임대 수입에 대한 세금 부과 시기를 늦추고, 부담금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발표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수정안을 낸 데 대해선 사전 정책 검토가 꼼꼼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안경봉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는 전세 중심의 임대 시장을 월세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하는데, 월세 공급자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어떻게 월세를 활성화하느냐’는 식으로 정책 의도를 정부와 다르게 시장이 받아들이는 혼선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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