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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유엔서 서로 "범죄국" 손가락질

지금 누가 누구보고 반인도범죄자라고….

 지난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5차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일본과 북한이 서로 ‘범죄 국가’라고 손가락질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왜곡을 두고서다.

 발단은 이시하라 히로타카(石原宏高) 외무성 부상의 기조연설이었다. 이시하라 부상은 최근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언급하며 “북한에서 자행되는 반인도범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인 납북은 일본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 문제를 회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북한 대표가 반론권 행사를 신청했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김영호 참사관이었다. 그는 COI를 서구 국가들의 ‘마리오네트’(인형)라고 불렀다. “이런 주장들은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적대적인 세력들로부터 칭찬도 코멘트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김 참사관은 이내 일본을 정조준했다. 한반도 침략행위를 거론했다. “한반도를 점령한 35년 동안 일본은 수많은 반인도범죄를 자행했다. 840만 명을 납치, 징병, 징용하고 100만 명 이상을 학살했다.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게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제네바 일본대표부 주니치로 오타카 참사관이 다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일본은 아시아 등 다른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는 역사적 사실에 직면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와 후회를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왔다”고 주장했다.

 김 참사관도 다시 나섰다. 반론권은 두 번까지 행사할 수 있는데, 그는 마지막 2분을 온전히 일본의 역사 왜곡을 공격하는 데 썼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침략전쟁과 전범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줬다. 전쟁 중 저지른 성폭행(rape during the war)이 전쟁범죄도 반인도범죄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일본의 진짜 얼굴이다. 다시는 반인도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결심을 보여주려면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우고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

 일본 역시 그냥 있지 않았다. 다시 반론권을 얻은 주니치로 참사관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베 총리가 발표한 성명에도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결심의 표현이지 전범을 추모하거나 군국주의를 추앙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돼 있다.”

 이처럼 북한이 예상치 못했던 ‘우군’으로 나서며 5일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기조연설이 더욱 힘을 받았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서는 한·일이 한 편이었다. 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COI 보고서를 주목하며 북한에서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취해지기를 기대한다. 국제사회 역시 효과적인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서방 국가 고위 대표들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직접적으로 규탄한 것과 달리 윤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자”고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는 등 비판의 수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유지혜·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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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