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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보건복지부만 정신 차리면 세 모녀 비극은 사라질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양선희
논설위원
어린 시절 밥상머리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이야기는 ‘가난’에 대한 것이었다. 따뜻한 밥을 먹을 때엔 언제나 밥 굶는 이웃을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고, 장래 희망을 말할 때엔 ‘그리하여 가난한 이웃을 돕겠다’는 말로 끝맺는 게 정석이었다. 상금을 탄 사람들은 당연히 ‘불우 이웃을 돕겠다’고 했고, 불우 이웃 돕기 명목으로 동전이든 쌀 한 줌이든 모았다. 비록 수사학이더라도 어쨌든 늘 가난한 이웃을 기억하고 도와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최근 서울 송파구에선 엄마가 팔을 다쳐 수입이 끊기자 세 모녀가 자살했다. 마포구에선 몸이 아파 막노동을 쉬면서 병원 한 번 가지 못했던 67세 남성이 고독사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마지막 돈을 월세 또는 장례비용으로 남겼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염치 있게 살려고 했던 이들은 병드는 순간 빈곤의 절벽에 가로막혔고, 갈 곳은 죽음밖에 없었던 것이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었던지라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이 얘기를 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왜 그들은 복지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또 복지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을 미리 발굴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질타도 빠지지 않았다. 이들 모두 빈곤 해결은 나랏일이지 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데 보건복지부만 정신 차리면 빈곤 문제가 해결될 걸로 보이진 않는다는 게 문제다. 과거 저개발국 시절과 선진국 문턱을 넘은 이 시점의 빈곤은 규모와 양상이 달라져서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부의 쏠림’은 가계 빚의 쏠림으로도 나타나 국민경제에 뇌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상위 20%는 빚 규모에 변화가 없는데 하위 20%에선 25% 늘었다. 빈곤 관련 범죄도 다양화한다. 빚 때문에 채권자를 살해하고 채무자가 자살한 사건이 서초동에서 일어났다. 보험업계는 늘어가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보험사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업난으로 자기 업소에 불을 내고 화재보험을 신청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런 손해보험사기 피의자 수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4만 명이 넘었단다.

 빈곤 앞에 염치와 체면을 차리려는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판국에 빈곤에 대한 불안으로 염치를 잃는 사람들이 느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지 모른다. 옛말에 ‘배고픈 백성은 예의를 모르고, 예의를 모르는 백성은 다스릴 수 없다’고 했다. 사회안정은 빈곤 해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불균형 성장에서 기인한 우리 빈곤 문제를 돈 몇 푼 보태주는 걸로 해결하긴 어려운 국면이다. 복지부 혼자 해결할 순 없다는 말이다. 이젠 빈곤에 대한 구조적이고 종합적인 연구와 해결방안을 ‘과격하게’ 탐색·실천해야 할 때다. 작게는 집집마다 불우 이웃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도 복원하고.

양선희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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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