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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의 자연의 비밀] 수만 마리 떼로 나는 가창오리, 왜 충돌 안 할까

겨울 저녁 하늘을 수놓는 가창오리의 군무. 수만 마리가 서로 부딪치지 않는 것은 바로 옆 새들의 동작에 집중하고 움직임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사진 환경부]

지난 1월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겨울 철새, 특히 가창오리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의심을 받았다. 사람들은 가창오리가 어디로 날아갈지 노심초사(勞心焦思)했다. 덩달아 해 질 무렵 수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펼치는 군무(群舞)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가창오리처럼 새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한 덩어리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왜일까. 과학자들도 진작부터 이유를 밝히려 나섰지만 최근에야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이탈리아 등 유럽 7개국 공동연구팀이 10년 전부터 로마 하늘을 떼 지어 나는 찌르레기를 주목한 덕분이다.

 연구팀이 고성능 카메라를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 간격으로 촬영했더니 찌르레기들은 바로 옆 6~7마리의 동작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곡예비행 편대처럼 너무 접근하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은 채 거리를 유지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동작이라 무리 전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새들이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극도로 민감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란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바로 ‘임계(臨界)상태’다. 끓어오르기 직전인 섭씨 99도의 물,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모래 더미 같다. 임계상태에서는 열을 조금만 더 가해도, 모래 한 알만 더 떨어뜨려도 상황은 급변한다. 임계상태는 메뚜기 떼에서도 나타난다. 메뚜기 밀도가 높아지고 서로 뒷다리가 자주 부딪치면 뇌에서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이 화학물질 탓에 메뚜기는 성격이 변해 급격히 집단성을 띠고 한 덩어리로 이동한다. 메뚜기 떼가 지나간 곳엔 남는 게 없다.

 떼 지어 이동하면 이로운 게 많다. 일단 포식자를 헷갈리게 만든다. 수많은 먹잇감 중 어느 녀석을 목표로 삼아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해 공격을 피한다. 또 무리 중 약한 새를 보호할 수 있다.

강한 새가 앞에서 날갯짓을 하면 뒤따르는 약한 새는 힘이 덜 든다. 그렇다고 두목 하나가 날아가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군데군데 ‘중간 보스’들이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창오리의 군무도 어쩌면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될 때까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떼 지어 이동하다 참변을 당할 수도 있다. 2012년 1월 노르웨이 북쪽 해안에는 수만 마리의 청어가 떼죽음당한 채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은대구 같은 천적을 피하려다 큰 파도에 떠밀려 죽었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2012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도 오징어 수천 마리가 떼죽음당했는데, 이때도 무언가에 쫓기다 떠밀려 나왔다는 얘기가 나왔다. 고래나 돌고래도 해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다가 떼죽음당하기도 하는데, 앞서가는 녀석의 꽁무니만 따르다가 길을 잘못 든 게 원인일 때가 많다. 리더에 의해 조직의 성패가 좌우되는 인간 세상의 이치와 유사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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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