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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대통령도 총리도 노인회도 호소했지만 …

26일 국회를 방문한 정홍원 총리(오른쪽)가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민주당·왼쪽)에게 기초연금법 처리를 요청한 뒤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왼쪽 둘째는 문형표 복지부 장관. 정 총리는 이날 민생·경제활성화 법안 관련 상임위 위원장들을 만나 법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다. 27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다. [뉴시스]


2월 국회에서의 기초연금법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7월에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24일을 끝으로 정부·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협상이 끊어졌고 25, 26일에는 상호 비방을 이어갔다. 특히 26일 민주당-정부-새누리당 순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타협은커녕 자기 안이 옳다고 강변하며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 민주당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강요하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목희·김용익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아시는 대로 이건 합의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2월 국회 처리는 무산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을 비롯한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민주당은 우리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반대만을 외치며 제도 시행을 늦추고 있다”고 받아쳤다. 2월 국회는 27일 회기가 끝난다. 3월 초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서라도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7월 시행을 위해선 기초연금의 세부 내용을 정해야 한다. 시행령 입법, 전산시스템 마련, 신청자 처리 등을 완료해야 한다. 2월 국회 처리가 마지노선이라는 게 정부 주장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날 국회를 방문해 법안 처리를 당부하고 대한노인회까지 나서 대타협을 촉구했지만 허사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2월 들어서만 여섯 차례나 공개 회의에서 기초연금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지난해 9월 정부의 기초연금 방안 공개 이후 정부·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회나 협의체에서 수없이 만났지만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다. 일치하는 분야는 7월 시행, 노인 70% 지급 두 가지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민주당이 70%까지 줄이는 것으로 양보했다. 양측은 여기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민주당은 소득 하위 70% 노인(391만 명)에게 20만원을 일괄 지급하자는 것이고, 정부·여당은 소득 하위 63%(353만 명)까지만 20만원, 64~70%(38만 명, 이하 차등그룹)는 10만~19만원으로 줄이자고 한다. 민주당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 마당에 70% 이하 노인들만이라도 20만원을 다 지급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그리하면 후세대의 부담이 커져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민주당 안이 정부안보다 2014~2017년 3.3조원, 2060년 35.8조원이 더 든다. 이 돈을 대려면 2060년 1인당 세금 부담이 81만원 늘어난다.

 또 다른 장애물은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다. 정부·여당은 차등그룹을 정할 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게 설계했다. 가입 기간 10, 11년은 20만원이고, 가입기간이 늘수록 삭감돼 20년 이상은 10만원밖에 못 받는다. 가입 기간이 길면 국민연금도 늘어나니 기초연금은 양보하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후 일관되게 이 조항을 문제 삼았다.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상대적 손해가 발생해 장기가입자가 역차별 당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자발적으로 이탈한 임의가입자(전업주부 등)가 전년의 2.1배로 늘었다.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복지부가 대통령 승인을 받은 안이어서 한 획도 못 고친다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차라리 현행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전신 격)을 확대 보완해서 시행하면 굳이 기초연금법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 강남구의 고급 아파트 타워팰리스 거주자 등 부유층을 걸러내려면 민주당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완고해 당장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발씩 더 물러날 것은 권고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정부·여당은 국민연금 연계 방안을, 민주당은 70% 이하 20만원 정액 지급을 재고하자”며 “저소득 노인에게 혜택이 많이 가게 하되 소득·재산에 연계해 차등화하면 된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이윤석·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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